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네 형제가 너에게 죄를 짓거든, 가서 단둘이 만나 그를 타일러라. 그가 네 말을 들으면 네가 그 형제를 얻은 것이다. 그러나 그가 네 말을 듣지 않거든 한 사람이나 두 사람을 더 데리고 가거라. ‘모든 일을 둘이나 세 증인의 말로 확정 지어야 하기’때문이다. 그가 그들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거든 교회에 알려라. 교회의 말도 들으려고 하지 않거든 그를 다른 민족 사람이나 세리처럼 여겨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너희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 내가 또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 가운데 두 사람이 이 땅에서 마음을 모아 무엇이든 청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이루어 주실 것이다.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 |
신학교에 처음 입학했을 때, 동기 신학생들을 보면서 처음에는 너무 놀랐습니다. 세상에 어디 이렇게 착하고 올바른 사람들이 다 있었나 싶었기 때문입니다. 저도 나름대로 성당 열심히 다니고 기도 좀 한다고 했었는데, 동기들 모두 다 저보다 훨씬 신앙심이 더 깊고 큰 뜻을 품고 신학교로 온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아… 역시 이런 사람들이 신부가 되는구나!’ 라고요.
그런에 이 생각이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한 달 정도 지나니 다른 모습들이 점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동기는 복도를 걸을 때 늘 슬리퍼를 달그락 달그락 끌고 다니더군요. 그 소리가 너무 신경쓰였습니다.
어떤 동기는 밥 먹을 때 어찌나 쩝쩝 소리를 내던지, 그 소리 역시 너무 듣기 싫었습니다.
또 어떤 동기는 축구를 하는데, 어떻게 두 발 달린 사람이 저 정도일 수 있나 싶을 정도로 공을 못 차는 겁니다. 그래서 늘 축구할 때 마다 같은편 안 되기를 바랬습니다.
또 어떤 동기는 기도 시간만 되면 졸기 시작합니다. 혼자 조용히 졸면 뭐라 안하죠, 아주 그냥 상모돌리기를 하는데 분심이 들어서 불편했습니다.
그래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와… 이런 사람들이 어떻게 신부가 되려고 하나?’
이렇게 처음에 가졌던 좋은 시선은 점점 사라지고, 모든 것이 불편하고 거슬려 보였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가만히 생각해보니 형제들이 잘못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각자가 오랫동안 살아왔던 삶이 있고 습관들이 있지요. 그 중에 잘못된 습관들은 고치려고 애쓰지만, 의식하지 못한 채 나오는 습관들이 있을 수 있죠.
잘못된 것은 저의 시선이었습니다. 각자의 삶의 모습이 하루 아침에 고쳐지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죠. 그런데 그걸 저는 눈을 가늘게 뜨고 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또 제가 착각한 것은, 저는 다 잘 하고 있는 줄 알았던 것입니다. 하지만 다른 형제들이 보기에 저 또한 단점과 나쁜 습관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다들 참아주고 그냥 넘어가줬던 거죠.
오늘 예수님께서, 우리가 형제들 이웃들과 함께 살아갈 때, 그들에 대한 판단을 정말 신중하게 해야 함을 가르쳐 주십니다. 단둘이, 다음엔 한 두 사람을 더 데리고, 마지막엔 교회에 알리는, 이 세 번의 단계를 거치라고 하셨죠. 이 말씀은 이런 절차로 형제를 판단하라는 뜻이 아니라, 형제를 잘못 단죄하여 그를 잃어버리는 일이 없어야 된다는 것을 강조하시는 말씀이라 생각합니다.
형제와 이웃의 부족한 점을 신중히 들여다봐서 그를 잃어버리지 않고 얻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그가 바로 나와 함께 기도해 줄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이어서 예수님은 두 사람이 마음으로 모아 기도하는 것은 이루어지고, 당신께서 함께하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형제를 판단하지 않고 그를 받아들이면, 그만큼 나와 함께 기도해 줄 사람이 많아지는 것입니다. 또한 그만큼 예수님께서 나와 함께 계시는 것입니다.
섣부른 심판으로 외톨이 신앙생활을 하는 것보다, 기다림과 배려로 형제와 함께 하는 신앙생활이 더 풍요롭고 기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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