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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묵상 -2020년

복음 묵상 - 2020.08.09 가해 연중 제19주일 (마태 14,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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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중이 배불리 먹은 다음, 예수님께서는 곧 제자들을 재촉하시어 배를 타고 건너편으로 먼저 가게 하시고, 그동안에 당신께서는 군중을 돌려보내셨다.
    군중을 돌려보내신 뒤, 예수님께서는 따로 기도하시려고 산에 오르셨다. 그리고 저녁때가 되었는데도 혼자 거기에 계셨다.
    배는 이미 뭍에서 여러 스타디온 떨어져 있었는데, 마침 맞바람이 불어 파도에 시달리고 있었다.
    예수님께서는 새벽에 호수 위를 걸으시어 그들 쪽으로 가셨다.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호수 위를 걸으시는 것을 보고 겁에 질려 “유령이다!” 하며 두려워 소리를 질러 댔다.
    예수님께서는 곧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그러자 베드로가 말하였다. “주님, 주님이시거든 저더러 물 위를 걸어오라고 명령하십시오.”
    예수님께서 “오너라.” 하시자, 베드로가 배에서 내려 물 위를 걸어 예수님께 갔다.
    그러나 거센 바람을 보고서는 그만 두려워졌다. 그래서 물에 빠져 들기 시작하자, “주님, 저를 구해 주십시오.” 하고 소리를 질렀다.
    예수님께서 곧 손을 내밀어 그를 붙잡으시고, “이 믿음이 약한 자야, 왜 의심하였느냐?” 하고 말씀하셨다.
    그러고 나서 그들이 배에 오르자 바람이 그쳤다.
    그러자 배 안에 있던 사람들이 그분께 엎드려 절하며, “스승님은 참으로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하고 말하였다.

    본당 여름 신앙학교를 했을 일입니다. 신앙학교를 하면 프로그램도 중요하고 장소도 중요한데, 가장 중요한 것은날씨입니다. 신앙학교 프로그램이 대부분 야외에서 하는 거라 (특히 여름이라), 비가 오면 재미가 떨어질 밖에 없습니다. 

    프로그램이나 장소는 사람이 준비할 있는 일인데 날씨는 어쩔 없는 부분이죠. 행사 당일에 비가 오지 않기를 그저 바랄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죠. 마침 계곡에 있는 캠핑장을 장소로 정했는데, 첫날 밤부터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한 겁니다. 여름 신앙학교의 백미인 물놀이는 당연히 취소, 다음 모든 야외 프로그램을 어정쩡한 실내 프로그램으로 대체해야 했습니다.

 

    첫날 밤 부터 걱정이 밀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신앙학교 때 비 오면 보좌 신부가 죄를 많이 지은 거라 하더라!’ 하고 농담을 했었는데, 제가 무덤을 것이었습니다. 정말 내가 잘못했나 싶기도 하고, 아이들이 내일 하루 종일 지루해하고 재미없다 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많이 됐습니다. 원래 첫날 저녁에 평가회의를 하고 교사들이랑 간단하게 맥주 하기로 했는데, 맥주는커녕 밥도 넘어갔습니다.

 

    얼른 정신을 차려야 했습니다. 내가 여기서 우왕좌왕 하면 교사들도 아무것도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마음 속에는 걱정이 한가득이었지만, 겉으로는 ‘괜찮다! 주일학교 교장쌤이 예수님인데, 교장이 알아서 해 주겠지!’라고 농담하면서 애써 웃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입은 웃는데 눈은 울고 있었습니다.


    다음 아침, 비는 계속 왔습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천막 안에서 실내 프로그램을 하는데 아이들이 자지러지게 웃으면서 재미있게 참여하는 겁니다. 보통 야외에서 프로그램을 하면 아이들이 여기저기 튀어서, 인솔하고 집중시키기가 쉽지 않은데, 때문에 어디 나갈 없으니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자기네들끼리 신나게 노는 겁니다.

    계곡에서 물놀이는 못했지만, 준비해 물총을 하나씩 주니 맞으면서도 물총놀이를 신나게 하더군요. 저는 물총이 없었습니다만, 바가지와 다라이가 있었습니다.

    밤에는 원래 캠프파이어를 하고 신나게 놀아야 하는데, 때문에 작은 촛불 켜놓고 캔들파이어를 했습니다. 낮에는 뻘뻘 흘리면서 놀던 아이들이 밤에는 눈물 콸콸 흘리면서 프로그램에 진지하게 참여했습니다.

 

    마지막 날은 다행이 날이 개었습니다. 그런데 불었던 계곡물이 빠져서, 걸어서 건너왔던 돌다리가 아직 물에 잠겨 있었습니다. 캠핑장 사장님이 고무보트를 갖고 오셔서, 아이들을 삼삼오오 보트에 태워 계곡을 건너게 했습니다. '보트 타고 집에 가는 사상 초유의 신앙학교'라고 모두 즐거워했습니다.

 

    신앙학교를 마무리하고 다시 생각해 봤습니다. 예수님은 날씨를 이렇게 저렇게 해서 우리를 도와주시는 분이 아니시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예수님은 날씨를 변화시키는게 아니라 우리 마음을 변화시켜 주시는 이셨습니다. 그래서 날씨가 좋든 나쁘든 신앙학교를 있게 주시는 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예수님은 스케일이 크신 이시더군요.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던 제자들이 풍랑을 만나 위험한 상황에 놓였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용기를 주셨습니다. 용기를 베드로는 예수님을 바라보며 위를 걸었습니다. 그런데 거센 바람을 보는 순간, 예수님이 주신 용기와 격려를 잊어버리고 두려움에 빠져 버렸죠.

 

 

   

    빗속에서 진행했던 신앙학교를 다시 떠올려 보니, 제가 내리는 비만 바라보고 원망과 좌절 속에 있었다면 아마 즐거운 기억과 추억을 남기지 못했을 겁니다. 반대로 힘들고 실패한 경험으로 기억되겠죠.

    그 억지로라도 호기를 부리면서 예수님이 책임질거라고 했던 일인 같습니다. 비를 바라보지 않고 예수님을 바라봤기 때문에 신앙 안에서 누릴 있는 기쁨과 즐거움이 뒤따른 이라 생각해 봅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예수님을 바라보며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라고 하신 음성에 귀를 기울여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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