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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묵상 -2020년

복음 묵상 - 2020.07.19 가해 연중 제16주일 (마태 13,2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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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에 예수님께서 비유를 들어 군중에게 말씀하셨다.
    “하늘 나라는 자기 밭에 좋은 씨를 뿌리는 사람에 비길 수 있다.
    사람들이 자는 동안에 그의 원수가 와서 밀 가운데에 가라지를 덧뿌리고 갔다.
    줄기가 나서 열매를 맺을 때에 가라지들도 드러났다.
    그래서 종들이 집주인에게 가서, ‘주인님, 밭에 좋은 씨를 뿌리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가라지는 어디서 생겼습니까?’ 하고 묻자,
    ‘원수가 그렇게 하였구나.’ 하고 집주인이 말하였다. 종들이 ‘그러면 저희가 가서 그것들을 거두어 낼까요?’ 하고 묻자,
    그는 이렇게 일렀다. '아니다. 너희가 가라지들을 거두어 내다가 밀까지 함께 뽑을지도 모른다.
    수확 때까지 둘 다 함께 자라도록 내버려 두어라. 수확 때에 내가 일꾼들에게, 먼저 가라지를 거두어서 단으로 묶어 태워 버리고 밀은 내 곳간으로 모아들이라고 하겠다.’”

     스페인 마드리드 인근 도시 세고비아(Segovia)에 있는 대성당 안의 한쪽 벽면을 보면, 이렇게 많은 성화들이 걸려 있습니다.

     제가 이 곳을 여행을 할 때, 이 많은 성화들 중에서 흥미롭게 보이는 작품이 하나 있었습니다. 위의 사진에서 보면, 왼쪽 벽면의 가장 아래쪽 오른편 그림입니다.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유명한 성화와는 좀 다르게 보였습니다. 거룩한 느낌 보다는 뭔가 익살스럽기도 하고 동화책 그림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좀 자세히 들여다 봤습니다.

 

 

    우선 그림의 위쪽에 보면 나무 위에서 사람들이 먹고 마시는 모습이 보입니다. 음식이 푸짐하게 차려져 있고 남녀가 서로 끌어안고 있기도 합니다. 한쪽에는 악기를 연주하고 있습니다. 흥겨운 잔치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나무 아래쪽의 상황은 안 보이는 것 같습니다.

 

    아래쪽은 분위기가 많이 다릅니다. 아래쪽의 왼쪽 부분입니다.

 

 

    사람들이 잔치를 벌이고 있는 이 나무의 밑둥을 해골이 큰 낫으로 베고 있습니다. 나무는 거의 잘리기 직전입니다. 게다가 악마처럼 보이는 작은 녀석이 나무를 묶은 밧줄을 당기고 있습니다. 나무를 넘어뜨리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 반대편에는 예수님께서 망치로 종을 치고 계십니다. 예수님의 시선의 방향을 보니 나무 위에서 잔치를 벌이고 있는 사람들에게 뭔가를 알려주시려는 것 같습니다. 안타까운 표정을 짓고 계시고, 손 동작을 보니 마음이 아주 급해 보이십니다.

 

 

    이 성화를 이렇게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살아있는 나무는 생명을 의미하는 듯 합니다. 이 생명 위에서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즐기는 일에 푹 빠져 있습니다.

 

    해골은 죽음을 상징합니다. 사람들이 먹고 노는 사이에 해골은 나무를 베면서 죽음을 재촉합니다. 그리고 그 죽음을 멸망과 파멸이 되게 하려는 듯, 악마가 자기 쪽으로 나무가 기울도록 잡아 당기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사람들에게 이 상황을 알리려는 듯이 급하게 종을 치고 계십니다. 종소리를 듣고 얼른 그 자리에서 나와야지 살 수 있다고 알려주시는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 죽음과 심판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니, 생명을 위한 삶으로 돌아라고 재촉하시는 듯합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밀과 가라지의 비유를 말씀하십니다. 이 비유는 하느님의 자비엄중한 심판이 동시에 드러나는 비유말씀입니다.

 

    하느님은 가라지를 당장 뽑아내지 않으십니다. 우리의 죄와 잘못이 가라지처럼 있지만, 밀과 같은 우리의 선한 마음과 믿음을 보시고 자비롭게 기다려주십니다.

    하지만 하느님의 자비를 핑계로 잘못된 삶을 반복하는 것이 계속 정당화 될 수는 없습니다. 언젠가는 밀을 수확할 때처럼 우리의 생명도 하느님 앞에서 거두어지고, 그 삶의 결과물에 대한 옳고 그름이 가려질 것입니다.

 

    세고비아 대성당의 성화에서 급하게 종을 치시는 예수님을 보면서, 하느님은 자비의 하느님이며 또한 심판의 하느님이심을 다시 생각해 봅니다. 내 마음과 행동 안에 자라고 있는 가라지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세심히 들여다보고, 수확하기 전에 미리 뽑아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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