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에 예수님께서 사도들에게 말씀하셨다. “가서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하고 선포하여라. 앓는 이들을 고쳐 주고 죽은 이들을 일으켜 주어라. 나병 환자들을 깨끗하게 해 주고 마귀들을 쫓아내어라.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전대에 금도 은도 구리 돈도 지니지 마라. 여행 보따리도 여벌 옷도 신발도 지팡이도 지니지 마라. 일꾼이 자기 먹을 것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어떤 고을이나 마을에 들어가거든, 그곳에서 마땅한 사람을 찾아내어 떠날 때까지 거기에 머물러라. 집에 들어가면 그 집에 평화를 빈다고 인사하여라. 그 집이 평화를 누리기에 마땅하면 너희의 평화가 그 집에 내리고, 마땅하지 않으면 그 평화가 너희에게 돌아올 것이다. 누구든지 너희를 받아들이지 않고 너희 말도 듣지 않거든, 그 집이나 그 고을을 떠날 때에 너희 발의 먼지를 털어 버려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심판 날에는 소돔과 고모라 땅이 그 고을보다 견디기 쉬울 것이다.” |
어제 열 두 사도들을 뽑으신 예수님께서 오늘은 사도들을 파견하십니다. 복음을 전하는 여정을 위한 준비를 시키시는데, 좀 과하다 싶으실 정도로 준비물을 덜어내십니다. 거의 맨 몸으로 가라는 정도이죠.
조금 비슷한 여행을 해 본 경험으로, 예수님이 어떤 마음이신지 약간은 이해가 됩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준비할 때, 다른 여행보다 짐을 싸는데 고민이 더 필요합니다. 캐리어를 끌고 편하게 가는 여행이 아니라, 짐을 고스란히 내가 짊어지고 가야하는 여행입니다. 그래서 신경을 좀 더 써야 합니다.
그런데 짐 싸는데 정신이 없으니 여행에 대한 생각을 까맣게 잊게 되더라고요. 본질은 ‘여행’ 인데, 어느 순간 여행에 필요한 물건에 정신이 팔려있는 저를 보게 됩니다. ‘좋은 여행’ 보다는 ‘좋은 장비’, ‘유명 상표’에 마음이 빼앗깁니다.
'배낭은 어느 상표가 좋다더라… 침낭은 이건 좋은데 비싸고, 저건 저렴한데 무겁고… 등산화는 바닥이 단단한게 좋다던데 난 푹신한게 편할 것 같고… 스틱은 필요하다는데 기내 반입이 되는지 안되는지… 선크림은 이건 비싸고 저건 차단력이 약하고… 보조 배터리가 필요한데 이건 크고 저건 양이 적고… '
이런 생각과 고민으로 눈이 벌개지도록 컴퓨터 모니터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이런 고민이 여행에 도움이 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오히려 내 몸을 더 무겁게 하고 더 빨리 지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막상 실제로 순례길을 가 보면 크게 중요한 고민들이 아니었던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사도들은 그냥 여행이 아닌, 특별한 여행. 바로 복음 선포의 여행을 가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다른 것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도록 주의를 주신 것 같습니다.
누구 지팡이가 더 좋은 재질인지, 어느 신발이 더 튼튼한지, 이런 것에 마음을 뺏기지 말고, 어디에 아픈 사람이 있는지, 어디에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지, 복음에 목말라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먼저 찾고 고민하라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복음의 여정, 삶의 여정 안에서 내가 가진 것이 하느님 말씀을 전하는 일에, 하느님 나라를 알리는 일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를 되돌아 봅니다.
나의 소유가 내 몸과 마음을 더 무겁게 하고 내 손과 발을 더디게 만들지 않는가, 나의 집착이 하느님 나라와 복음에 대한 마음을 흐리게 하지 않는가.
오늘 빈 손과 맨 몸으로 사도들을 보내는 예수님을 보며 다시 생각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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