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에 예수님께서 사도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이제 양들을 이리 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처럼 너희를 보낸다. 그러므로 뱀처럼 슬기롭고 비둘기처럼 순박하게 되어라. 사람들을 조심하여라. 그들이 너희를 의회에 넘기고 회당에서 채찍질할 것이다. 또 너희는 나 때문에 총독들과 임금들 앞에 끌려가, 그들과 다른 민족들에게 증언할 것이다. 사람들이 너희를 넘길 때, 어떻게 말할까, 무엇을 말할까 걱정하지 마라. 너희가 무엇을 말해야 할지, 그때에 너희에게 일러 주실 것이다. 사실 말하는 이는 너희가 아니라 너희 안에서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영이시다. 형제가 형제를 넘겨 죽게 하고 아버지가 자식을 그렇게 하며, 자식들도 부모를 거슬러 일어나 죽게 할 것이다. 그리고 너희는 내 이름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 어떤 고을에서 너희를 박해하거든 다른 고을로 피하여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이스라엘의 고을들을 다 돌기 전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다.” |
"뱀처럼 슬기롭고
비둘기처럼 순박하게 되어라"
균형이 잘 잡힌 예수님 말씀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뱀이나 비둘기 둘 중 하나만 이야기하면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기 쉬운데, 둘이 함께 있으니 균형이 맞는 것 같습니다.
‘슬기로움’은 지혜와 지식을 잘 활용하여 주어진 문제를 잘 해결해 나가며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슬기로움이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고 부당한 목적으로 발휘되면 그것은 ‘교활함’이 될 수 있습니다.
‘순박함’은 단순하고 소박하게 살아가며, 복잡하게 손익을 계산하지 않고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하는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순박함이 상황에 대한 판단 없이 대책 없이 발휘되면 그것은 ‘어리석음’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도 사도들이 뱀처럼 슬기로운 모습과 비둘기처럼 순박한 모습을 같이 잘 발휘하길 바라셨던 것 같습니다. 복음 선포의 사명을 수행하면서 위험을 피해야 하고 효율적으로 활동할 때는 뱀처럼 슬기롭게, 사람들을 도와주고 어려움을 감당해야 할 때는 비둘기처럼 순박하게 하라고 예수님께서 당부하십니다.
뱀처럼 슬기롭고 비둘기처럼 순박한 모습을 생각하니, 제가 아는 신부님 한 분이 생각이 납니다. 제가 군 복무를 할 때, 부대 근처의 성당 주임신부님이셨습니다.
아주 작은 시골 본당이라 신자들 대부분이 농사일을 하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었습니다. 그러니 본당 재정이 넉넉하지 못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부님은 몇 안되는 아이들 위해서 주일학교에 참 많이 애쓰셨습니다. 이 아이들 여름에 물놀이 한 번 보내고 겨울에 눈 썰매장 한 번 보내고 싶으셨는데, 본당 살림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고자, 신부님께서 아이디어를 내셨습니다. 성당 인근에 유명한 리조트가 있었는데, 리조트 측과 협의해서 이곳에 휴가 온 신자들을 대상으로 매 주 주일미사를 하신 것입니다. 휴가 온 신자들은 가까이서 미사 볼 수 있어서 좋고, 리조트 측에서는 천주교 신자들이 많이 오니까 좋은 일이죠.
신부님은 여기서 미사를 하실 때 신자분들에게 본당의 어려운 사정을 호소하며, 주일학교 아이들 소풍 한 번 갈 수 있게 도움을 요청하셨습니다.
리조트에 놀러 온 신자분들이 아이들 놀러 못 간다고 호소하는 신부님의 이야기를 듣고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습니까? 착한 우리 신자분들은 정성껏 신부님께 도움을 드린다고 합니다. 그 덕분에 신부님은 매 년 아이들 데리고 수영장, 눈썰매장을 꼬박꼬박 데리고 다닐 수 있었습니다.
신부님 자신은 매 주 같은 리조트에 가서 미사를 하는데, 오시는 신자분들은 항상 다른 분들이시니, 매 주 같은 이야기로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 참 좋다며 능청스럽게 웃으시던 신부님의 개구쟁이 같은 모습이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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