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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묵상 -2020년

복음 묵상 - 2020.07.04 가해 연중 제13주간 토요일 (마태 9,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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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에 요한의 제자들이 예수님께 와서, “저희와 바리사이들은 단식을 많이 하는데, 스승님의 제자들은 어찌하여 단식하지 않습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혼인 잔치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에 슬퍼할 수야 없지 않으냐? 그러나 그들이 신랑을 빼앗길 날이 올 것이다. 그러면 그들도 단식할 것이다.
    아무도 새 천 조각을 헌 옷에 대고 꿰매지 않는다. 헝겊에 그 옷이 땅겨 더 심하게 찢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새 포도주를 헌 가죽 부대에 담지 않는다. 그렇게 하면 부대가 터져 포도주는 쏟아지고 부대도 버리게 된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그래야 둘 다 보존된다.”

    제가 사제 서품을 받았을 , 서품식 다음날  새벽 미사를 동기들이  함께 봉쇄 수녀원에 가서 집전하는 전통이 있었습니다. 많은 수녀님들이 사제들을 위해 기도해 주시는데, 특히 곳의 수녀님들은 특별히 사제들을 위해 많이 기도 주시기 때문에, 특별히 보답해 드리고자 서품식의 은총이 가장 싱싱할 그곳에서 미사를 하는 겁니다.

 

    저 역시 그렇게 서품식 다음날 봉쇄 수녀원에 미사를 하러 갔습니다. 수녀원 안까지 들어가 보는 것은 저도 처음이었습니다. 평생을 수녀원 안에서 기도만 하시는 수녀님들은 어떤 모습과 표정들이실지, 분들을 만나서 어떤 말을 해야 , 이런 저런 생각이 앞섰습니다.


    수녀원에 성당에 도착해 보니, 제대와 수녀님들 자리 사이에는 낮은 담장이, 그리고 수녀님들 자리와 일반 신자들 자리 사이에는 벽이 있었습니다. 수녀님들의 공간과 외부 공간을 분리한다는 의미로 보였습니다. 공간이 주는 분위기 때문인지, 평소보다 엄숙한 분위기로 미사가 진행되었습니다.

 

    미사 후에 수녀님들과 간단한 만남의 시간이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잔뜩 긴장이 됐습니다. 나는 세상에 살고 있고, 수녀님들은 세상과 분리되어 살고 계시는데,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 대화가 오고갈까 걱정됐습니다. 게다가 면회실에 들어가니, 마치 교도소 면회처럼 수녀님들과 저희들 사이가 창살로 분리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수녀님들을 만나 뵈니,  걱정은 정말 쓸데 없는 걱정이었습니다. 수녀님들은  그대로 빵빵 터지는 분들이셨습니다

 

   

    뭐가 그렇게 재미나신지, 저희들이 마디만 해도 ! 농담 하나만 해도 ! 손동작 몸짓 하나 하나에 그야말로 꺄르르 빵빵 터지시는데, 면회 시간이 언제 끝났나 싶을 정도로 신나게 웃다가 시간이 가버렸습니다. 그저 예뻐서 어쩔줄 모르겠다는 눈빛으로 저희를 바라보시면서,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로 그렇게 다들 좋아라 하셨습니다.

 

    수녀원을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묘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세상에 재미난 것이 넘쳐나는데, 나는 그걸 보면서 저렇게 순수하고 기쁘게 웃어본 적이 과연 있었는가? 세상과 분리되어 오로지 하느님만 바라보고 사시는 분들은 어떻게 저런 순수한 웃음을 보여 주시는가?

 

    수녀님과 사이에 있던 창살을 처음 봤을 때는, '수녀님들이 수녀원 안에 갇혀 있다'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수녀님들을 뵙고 돌아오는 길에서는 수녀님들이 수녀원 안에서 자유롭고, '내가 창살 밖 세상에 갇혀 있다’는 생각 들었습니다.


    예수님과 함께 사는 사람들은 이렇게 기쁘고 즐거운 삶을 사는 같습니다. 물론 예수님 말씀처럼 단식하는 처럼 진지하고 엄숙한 시기도 있습니다. 하지만 본질은 기쁨과 즐거움입니다. 혼인 잔치의 손님처럼 함께 웃고 노래하는 흥겨운 삶입니다.

 

    오늘 우울하고 기분이 좋더라도 기쁘게 웃으면서 살아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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