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에 예수님께서는 배에 오르시어 호수를 건너 당신께서 사시는 고을로 가셨다. 그런데 사람들이 어떤 중풍 병자를 평상에 뉘어 그분께 데려왔다. 예수님께서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중풍 병자에게 말씀하셨다. “얘야, 용기를 내어라.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그러자 율법 학자 몇 사람이 속으로 ‘이자가 하느님을 모독하는군.’ 하고 생각하였다. 예수님께서 그들의 생각을 아시고 말씀하셨다. “너희는 어찌하여 마음속에 악한 생각을 품느냐?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하고 말하는 것과 ‘일어나 걸어가라.’ 하고 말하는 것 가운데에서 어느 쪽이 더 쉬우냐? 이제 사람의 아들이 땅에서 죄를 용서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음을 너희가 알게 해 주겠다.”그런 다음 중풍 병자에게 말씀하셨다. “일어나 네 평상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거라.” 그러자 그는 일어나 집으로 갔다. 이 일을 보고 군중은 두려워하며, 사람들에게 그러한 권한을 주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
예수님 시대에는 [‘아프다’=‘죄를 지었다’] 라는 등식이 통하던 때였습니다. 의학이 발달한 지금도, 가끔 큰 병이나 원인 불명의 병을 앓게 되면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길래…’ 라고 말하기도 하죠. 그러니 예수님 시대는 더 심했을 것입니다. 아프면 죄를 지어서 벌을 받은 것이고, 아픈 사람은 죄인이 되는 것입니다.
그 당시에 어쩔수 없는 사고방식이겠지만, 참 고약한 논리입니다. 세상에 안 아픈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어리고 젊어도 그 나름대로 아프고, 나이가 들면 더 많이 아픕니다. 예수님 시대는 병원도 의사도 없었으니 지금보다 아픈 사람이 더 많았을 겁니다. 그러니 사람을 죄인으로 만드는데 딱 좋은 구조입니다.
사회 구조는 그냥 만들어 지지 않고, 다 필요와 목적에 의해 만들어집니다. 이 구조가 필요한 사람, 이 구조에서 이익을 얻는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누구나 아프기 싫습니다. 죄인이 되기 싫습니다. 그러니 이 구조에서 꼭 필요한 사람은 바로 ‘죄를 용서해 주는 사람’입니다. 이 사람들이 바로 성전에서 속죄 제사를 바치는 사제들, 그리고 이것이 죄이다 저것은 아니다 라고 법률을 해석하는 율법 학자들입니다.
이들이 사람들의 죄를 자비롭게 용서해주고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잘 치유해 주었다면 뭐가 문제가 되겠습니까? 하지만 이들은 제사에 필요한 예물로 장사를 하며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었습니다. 사회적 권력과 동시에 경제적 이익도 강하게 틀어쥐고 있었던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늘 예수님께서 중풍 병자를 보시고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라고 하셨습니다. 율법 학자들이 발끈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죄의 용서에 대한 역할이 자기들에게 독점되어 있는데, 느닷없이 근본도 없어보이는 녀석이 나타나서 ‘죄를 용서 받았다.’라고 선언을 했으니 말이죠. 그 말 한마디 때문에 신성모독이라는 엄청난 죄명을 씌워버립니다.
예수님도 호락호락한 분이 아니십니다.
이렇게 생각하셨으리라 상상해 봅니다.
‘아픈 사람 보고 죄인이라고? 그래서 그 사람들을 등쳐먹어? 내가 아픈 사람한테 ‘죄를 용서 받았다’라고 말하니 그렇게 배알이 꼬여?
하느님이 만만해? 하느님이 아픈 사람에게 죄 뒤집어 씌우는 그런 분이시라고? 오냐, 그러면 내가 진짜 하느님 보여주지.
하느님은 아픈 사람 죄인 취급하는 분이 아니라, 아픈 사람 고쳐주시는 분이라고! 죄인 용서하는 분이라고!'
그래서 중풍병자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이봐, 내가 아주 그냥 제대로 보여줄게, 질질 끌 필요 없어. 평상까지 들고 가버려!”
이렇게 상상을 하니 속이 시원한 복음 말씀입니다. 그래서 사람들도 예수님을 보면서 하느님을 찬양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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