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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묵상 -2020년

복음 묵상 - 2020.06.19 가해 지극히 거룩하신 예수 성심 대축일 [사제 성화의 날] (마태 11,2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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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에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그렇습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선하신 뜻이 이렇게 이루어졌습니다.”
    “나의 아버지께서는 모든 것을 나에게 넘겨주셨다. 그래서 아버지 외에는 아무도 아들을 알지 못한다. 또 아들 외에는, 그리고 그가 아버지를 드러내 보여 주려는 사람 외에는 아무도 아버지를 알지 못한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
    정녕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

    서품 받고 보좌신부로 본당에 발령받아 갔을 일입니다. 월요일은 미사가 새벽미사 하나 밖에 없기 때문에 주임신부님과 함께 미사를 집전했습니다.

 

    첫 월요일은 처음이라서 정신 바짝 차리고 일찍 일어났습니다. 주임신부님과 함께 미사를 집전하고 아침식사를 함께 했습니다. 무난하게 월요일이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번째 월요일이 문제였습니다. 전날 주일 저녁 미사 , 새로 보좌신부는 회식자리에서 신자분들이 주시는 사랑 가득한 술을 받아 마셔야 했습니다. 마치고 사제관에 기어들어와 알람을 맞춰 놓고 잠들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눈을 것은 알람 소리가 아니라 고소한 밥냄새 때문이었습니다. 늦잠 자고 일어날 때는 왜 그런지 항상 창밖은 눈부십니다.

 

    이제 박살 나겠구나... 분명히 주임 신부님께 ‘어디 1년차 보좌신부가 정신 못 차리고 미사를 빼먹나!’ 하고 혼날거라 각오 했습니다. 어제 술자리 핑계를 댈까, 피곤했다고 말할까, 그냥 닥치고 죄송하다 할까, 어떻게 해야 깨질까 생각하며, 자대배치 받는 이등병처럼 주춤주춤 사제관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이미 아침식사를 시작하신 신부님께서는어서 오너라. 먹어라.’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마디 말씀 하셨습니다. 피곤하지?’

    그리고는 아무 말씀 없으셨고, 저는죄송합니다.’ 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이후로는 새벽미사와 관련된 이야기는 마디도 하셨습니다.


    이 사건 , 저는 ‘아... 미사 늦어도 혼나는게 아니네. 앞으로는 회식 편하게 하고 새벽미사 자주 안 해도 되겠구만!’ 이라고 제가 생각했겠습니까? 아니죠!

    오히려 침묵으로 감싸주신 신부님의 따뜻한 마음 때문에 정신차리고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만약 혼을 내셨다 해도 저는 정신차리고 새벽미사에 늦지 않으려고 애썼을 겁니다. 하지만 그때부터 저에게 모든 새벽미사는 긴장되고 부담스러운 시간이 되었을 겁니다.

 

 

 

    오늘 예수성심대축일,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다.’라고 하신 예수님의 마음을 묵상해 봅니다. 그리고 예수님처럼 저를 따뜻하게 감싸주신 주임신부님의 마음을 다시 떠올려보면서, 모든 사제들이 예수님을 닮은 따뜻하고 겸손한 마음을 갖고 살아가길 기도합니다.

 

    저도 그렇게 살고자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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