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기도할 때에 다른 민족 사람들처럼 빈말을 되풀이하지 마라. 그들은 말을 많이 해야 들어 주시는 줄로 생각한다. 그러니 그들을 닮지 마라. 너희 아버지께서는 너희가 청하기도 전에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계신다. 그러므로 너희는 이렇게 기도하여라. ‘하늘에 계신 저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히 드러내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도 용서하였듯이 저희 잘못을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저희를 악에서 구하소서.’ 너희가 다른 사람들의 허물을 용서하면,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도 너희를 용서하실 것이다. 그러나 너희가 다른 사람들을 용서하지 않으면, 아버지께서도 너희의 허물을 용서하지 않으실 것이다.” |
날이 더워지니 귀찮은 손님이 방에 찾아옵니다. 손님은 바로 파리입니다.
어느날 왕파리 한 마리가 들어오더니만, 잘못 왔다 싶었는지 밖에 나가려고 안간힘을 쓰더라고요. 한낱 미물이지만 자기도 동료가 있고 서식지가 있지 않겠습니까. 돌아가고 싶겠지요.
아니, 근데 이 녀석이 자꾸 창문 유리에 계속 부딪치기만 합니다. 바로 옆에 창문이 열려 있는데, 거기로 나갈 생각은 못하고 계속 창문으로 돌진합니다. 좀 거들어주려고 신문지로 훠이훠이 해서 몰아봤습니다만, 이 녀석은 그걸 자기를 위협하는 공격으로 생각해서 더 정신을 못차립니다.
파리가 봤을 때는 분명히 밖이 보이니 유리창 쪽으로 가려고 애를 쓰는 것이겠죠. 하지만 우리에겐 멍청하기 그지없어 보입니다.
나가고 싶어하지만 절대 나갈 수 없는 방법으로 힘만 빼고 있는 그런 파리의 모습,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저의 모습.
우리가 좋은 것을 바라면서 열심히 기도하고 있지만, 그것이 하느님이 보시기에는 좋지 않은 것, 잘못된 길일 수도 있겠다 생각을 해 봅니다. 우리의 인식은 시간과 공간에 제한을 받기 때문에 모든 것을 완전히 다 알 수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의 기도도 늘 올바른 기도가 될 수는 없습니다. 잘못된 것을 청하고 무리한 것을 바랄 때도 있습니다.
예수님 말씀처럼 “하느님은 우리가 청하기도 전에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계십니다. 하느님은 시간과 공간의 제한이 있는 분이 아니시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올바른 기도는 불완전한 내 뜻이 아닌, 완전하신 하느님의 관점에서 그 뜻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기도일 것입니다.
그렇다고 매번 기도할 때 마다 ‘하느님이 다 알아서 해 주십시오.’ 라고만 할 수는 없죠. 내가 바라는 것도 기도해야 합니다. 내가 바라는 것을 기도할 때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을 바라는 것이 겸손한 모습이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오늘 하루 먹을 수 있는 양식, 그리고 죄를 용서받고 악을 멀리 하는 것, 이 두 가지가 아닐까요. 그래서 이것을 바라는 기도는 완벽히 하느님 뜻에 합당한 청원이 됩니다.
그래서 오늘 예수님께서 가르쳐주신 주님의 기도는 가장 완벽한 기도라고 합니다.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 그리고 그 하느님께 대한 내 삶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가장 잘 담고 있는 기도입니다.
하지만 너무 자주 해서 그럴까요? 그 의미를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입으로만 중얼중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은 주님의 기도를 곱씹어 생각하면서, 그 동안의 내 기도가 하느님 뜻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기도였는지, 그리고 일용한 양식이 아니라 욕심을 채우기를 바라는 기도를 했는지 되돌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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