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부모는 해마다 파스카 축제 때면 예루살렘으로 가곤 하였다. 예수님이 열두 살 되던 해에도 이 축제 관습에 따라 그리로 올라갔다. 그런데 축제 기간이 끝나고 돌아갈 때에 소년 예수님은 예루살렘에 그대로 남았다. 그의 부모는 그것도 모르고, 일행 가운데에 있으려니 여기며 하룻길을 갔다. 그런 다음에야 친척들과 친지들 사이에서 찾아보았지만, 찾아내지 못하였다. 그래서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그를 찾아다녔다. 사흘 뒤에야 성전에서 그를 찾아냈는데, 그는 율법 교사들 가운데에 앉아 그들의 말을 듣기도 하고 그들에게 묻기도 하고 있었다. 그의 말을 듣는 이들은 모두 그의 슬기로운 답변에 경탄하였다. 예수님의 부모는 그를 보고 무척 놀랐다. 예수님의 어머니가 “얘야, 우리에게 왜 이렇게 하였느냐? 네 아버지와 내가 너를 애타게 찾았단다.” 하자, 그가 부모에게 말하였다. “왜 저를 찾으셨습니까? 저는 제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하는 줄을 모르셨습니까?” 그러나 그들은 예수님이 한 말을 알아듣지 못하였다. 예수님은 부모와 함께 나자렛으로 내려가, 그들에게 순종하며 지냈다. 그의 어머니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였다. |
누군가와 친해지면 그 사람의 어린 시절의 모습이 궁금해집니다. 어릴 때는 어떤 모습이었나, 어디에서 무엇을 했어나 알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종종 연예인들도 어린 시절의 모습이나 학교 졸업 사진이 공개되어 관심을 받기도 합니다.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도 예수님의 어린 시절이 궁금했을 겁니다. 예수님이 어릴 때 뭐 하고 지내셨는지, 어떻게 자랐는지 궁금합니다. 하지만 복음서에 이걸 구구절절 다 적어 놓을 수는 없습니다. 복음서의 핵심 주제는 예수님의 ‘수난과 부활’이기 때문에, 어린 시절 이야기에 많은 양을 할당할 수가 없는 거죠.
그래서 루카 복음사가는 예수님의 어린 시절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 그리고 가장 상징적인 사건 하나를 골라 기록해 두었습니다. “이것이 어린 시절 예수님의 핵심이다!” 라고 제시한 이야기, 바로 오늘 복음의 성모님께서 잃으셨던 예수님을 찾으신 장면입니다.
사람이 머무르는 장소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규정합니다.
술집에 가는 사람은 술을 마십니다. 술집에 공부하러 가는 사람은 없습니다. 술집에 자주 가는 사람은 술꾼이 됩니다.
도서관에 가는 사람은 책을 읽습니다. 도서관에서 춤추는 사람은 없습니다. 도서관에 자주 가는 사람은 책을 가까이 하는 사람이 됩니다.
성전에 가는 사람은 하느님을 만나고 기도를 합니다. 성전에서 장사를 하거나 노름을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성전에 자주 가는 사람은 하느님을 가까이하고 하느님과 일치하게 됩니다.
예수님께서 어린 시절에 성전에 계셨다는 이야기는 단순한 에피소드가 아닙니다. 이것은 예수님의 삶 전체를 요약해서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예수님은 어린 시절부터 ‘성전에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그분의 삶은 늘 하느님과 함께하는 삶이었고 하느님을 아버지라 부를 만큼 하느님과 가까운 분이셨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이 계시는 곳이 바로 예수님의 어떤 분이신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있는 곳, 내가 가는 곳이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말해줄 것입니다.
지금 시대는 물리적으로 가는 장소 뿐만이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가상의 공간을 자유롭게 갈 수 있습니다. 내가 로그인하는 사이트, 내가 터치하는 어플도 지금 21세기에 내가 가는 곳, 내가 머무르는 장소라 할 수 있겠습니다.
환희의 신비 5단을 바칠 때, 지금 나는 어디에 머물고 있고, 어떠한 나를 만들어가고 있는지를 묵상해 봅니다. 그리고 예수님처럼 성전에 머무르는 것이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 되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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