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스스로 조심하여, 방탕과 만취와 일상의 근심으로 너희 마음이 물러지는 일이 없게 하여라. 그리고 그날이 너희를 덫처럼 갑자기 덮치지 않게 하여라. 그날은 온 땅 위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들이닥칠 것이다. 너희는 앞으로 일어날 이 모든 일에서 벗어나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는 힘을 지니도록 늘 깨어 기도하여라.” |
예전에 신부님들과 울릉도에 4박 5일로 연수를 간 적이 있었습니다. 마침 날씨도 좋아서 울릉도의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할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그런데 셋째날 저녁 식사를 하는데, 신자분이 운영하시는 횟집 사장님께서 내일 배를 타고 나가는게 좋겠다고 말씀하시는 겁니다. 이틀 뒤에 날씨가 나빠져서 배가 안 뜰 것 같다는 겁니다.
아니 이렇게 날씨가 좋은데 뭔 날씨 타령이신지, 어렵게 울릉도까지 왔는데 왜 빨리 돌아가라 하는지 이해가 안 되었습니다. 사장님은 만약 내일 배를 안 타면 며칠간 날씨 때문에 배가 안 떠서 섬에 발이 묶일거라 하셨습니다.
모두들 아쉬워했지만 일단 전문가의 말을 듣자고 의견이 모아졌고, 다음 날 오후에 육지로 돌아가는 배를 탔습니다. 돌아가는 그 순간까지도 날씨가 너무 좋아서, ‘사장님 걱정이 좀 지나치셨군.’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배가 육지에 점점 가까워질수록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배가 너무 심하게 흔들려서 배멀미가 올 정도였고, 항구에 도착했을 때는 폭우까지 쏟아졌습니다. 울릉도에 있을 때의 날씨만 보고 그냥 거기 머물렀다면 거기 있는 신부님들 모두 주일 미사 펑크 낼 뻔했습니다.
우리 눈에는 당장 그 순간의 날씨만 보이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배를 오래 타 보신 사장님은 더 멀리 보실 수 있었던 겁니다. 지금은 괜찮지만 내일은 문제가 있을 거라는 것을 구름을 보고, 파도를 보고, 바람을 보고 아셨던 겁니다. 만약 그 말씀을 안 듣고 놀고 보자 먹고 보자 하며 4박 5일간 있었다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연중 시기 마지막 주간에, 우리는 계속해서 종말에 대한 예수님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우리는 현실의 삶에 마음이 쏠려 있고 시선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이런 우리에게 예수님은 저 멀리를 내다 보시고, 종말에 대한 경고를 통해 우리가 살아야 할 삶의 방향을 제시해 주셨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오늘 하루를 즐기는 삶’, ‘지금 이 순간을 기쁘게 사는 것’을 추구하라고 합니다. 물론 좋은 삶의 모습입니다. 하지만 신앙인은 세상 안에서 살면서 세상과는 다르게 살아야 하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연중시기의 마지막 복음 말씀,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는 힘을 지니도록 늘 깨어 기도하여라.” 를 마음에 담고 살아야 하겠습니다.
오늘, 지금만 바라보며 사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 앞에 나의 삶을 보여드려야 할 때를 엄중히 생각하고, 늘 깨어 있는 삶이 되기를 다짐하며 오늘을 살아갑니다.
아무래도 우리보다는 예수님이 더 멀리 보시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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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가해 복음 묵상을 여기서 마칩니다.
2021년 나해 복음 묵상은
개인적 사정으로 잠시 침묵하겠습니다.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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