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에 예수님께서 눈을 들어 헌금함에 예물을 넣는 부자들을 보고 계셨다. 그러다가 어떤 빈곤한 과부가 렙톤 두 닢을 거기에 넣는 것을 보시고 이르셨다. “내가 참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저 가난한 과부가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많이 넣었다. 저들은 모두 풍족한 데에서 얼마씩을 예물로 넣었지만, 저 과부는 궁핍한 가운데에서 가지고 있던 생활비를 다 넣었기 때문이다.” |
어린 시절, 어머니께서 늘 빳빳한 1000원 짜리 새 지폐를 두꺼운 교리책 안에 고이 끼워두셨던 기억이 납니다. 이렇게 구겨지지 않게 보관한 돈은 늘 주일미사 봉헌금으로 바쳐졌습니다.
얼핏 생각해보면 부질없는 행동입니다. 헌 돈을 넣든 새 돈을 넣든 그 돈의 가치는 똑같은 1000원입니다. 그리고 누가 봉헌 바구니 앞에서 서서 새 돈을 넣는 것을 보고 ‘아이고, 따로 새 돈을 준비하셨네’ 하고 칭찬해 주는 일도 없습니다.
하지만 신앙의 눈으로 보면 이것은 소중한 행동입니다. 어머니 마음은 아마 1000원 밖에 넣을 수 없는 자신의 넉넉하지 못한 상황에서, 최대한 더 정성을 담고 싶으셨을 겁니다. 그런 마음 때문에, 바로 주머니에서 꺼낸 구겨진 헌 돈과 미리 준비해 놓은 새 돈이 금액은 같을지라도 거기에 담긴 정성은 다르다 생각하셨을 겁니다.
누가 보고 칭찬하는 일이 아니더라도 어머니 마음에서는 ‘하느님께서 보신다’는 생각을 가지셨을 겁니다. 사람에게 드러나는 외적인 관계가 아니라 하느님과 소통하는 내적인 관계를 인식하셨기에, 사람이 안 보더라도 하느님께 보여드리고자 하셨을 겁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도 가난한 과부를 같은 마음으로 칭찬하신 것 같습니다. 아마 부자들이 넣은 액수에 비교하면 과부가 넣은 렙톤 두 닢은 너무나도 보잘것 없는 돈일 겁니다. 만약 주변에 사람들이 있었다면 분명히 부자들을 보고 칭찬하고 감탄했을 겁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세상의 시선과 다른 시선을 가지신 분이십니다. 예수님은 사람들이 보는 숫자, 사람들이 계산하는 금액을 보시지 않습니다. 그 마음이 얼마나 큰가를 보십니다. 마음의 크기로 보면 가진 것 중에서 일부를 낸 부자들보다, 오늘 하루를 굶을 각오를 하고 전 재산인 렙톤 두 닢을 낸 과부의 마음이 더 큰 결단이며 자기 삶을 던진 행위일 것입니다.

자신의 큰 마음을 하느님께 드리는 가난한 과부의 마음을 닮고 싶습니다.
큰 것을 내면서 우쭐거리는 마음, 작은 것을 낸다고 얕보는 마음, 이런 마음은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에게 어울리지 않는 마음일 것입니다다.
얼마 안 되는 1000원 짜리 지폐를 고이 보관하시던 어머니의 마음을 오늘 다시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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