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에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가까이 이르시어 그 도성을 보고 우시며 말씀하셨다. “오늘 너도 평화를 가져다주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더라면 …… ! 그러나 지금 네 눈에는 그것이 감추어져 있다. 그때가 너에게 닥쳐올 것이다. 그러면 너의 원수들이 네 둘레에 공격 축대를 쌓은 다음, 너를 에워싸고 사방에서 조여들 것이다. 그리하여 너와 네 안에 있는 자녀들을 땅바닥에 내동댕이치고, 네 안에 돌 하나도 다른 돌 위에 남아 있지 않게 만들어 버릴 것이다. 하느님께서 너를 찾아오신 때를 네가 알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
어릴 때 동네 아이들과 골목에서 놀 때, 편을 갈라서 하는 놀이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같이 노는 아이들이 늘 짝수로 맞춰지지는 않죠. 7명, 9명 이렇게 홀수가 되면 편을 갈랐을 때 1명은 같이 놀 수 없습니다.
이 때 남은 한 명은 (누가 만들었는지, 어원도 알 수 없는, 그러나 매우 적절한 단어인) ‘깍두기’가 됩니다. 깍두기는 이쪽 편도 됐다가 저쪽 편도 됐다가 할 수 있습니다. (지역마다 용어가 다를텐데, 우리 동네는 '깍두기'였습니다.)
그런데 몸집이 크거나 운동신경이 좋은 아이가 깍두기가 되면 놀이가 재미가 없어집니다. 그래서 보통 제일 나이가 어리고 작은 아이, 아니면 행동이 좀 어눌한 아이가 깍두기가 됐습니다.
이렇게 깍두기를 만들면 놀이를 잘 못하는 아이도, 짝이 없는 아이도 다 같이 놀 수 있었습니다. 소외되고 밖으로 내몰리는 아이는 없었습니다.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이렇게 평화롭게 사는 방법을 알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에는 이런 아이들 같은 마음이 많이 없어진 것 같습니다. 누가 좀 뒤쳐지거나 실패하는 경우에 관대하지 않습니다. 그건 그 사람이 노력하지 않아서, 그 사람이 부족해서, 그 사람이 못나서 발생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니 책임’ 이라는 겁니다.
‘그러니 평소에 잘 하지.’ 라고 핀잔을 줄 뿐입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앞으로 감당해야 할 사회적 어려움과 불평등은 그의 부족함과 모자람에 대한 징벌처럼 내려집니다.
그래서 우리는 기를 쓰고 악을 쓰고 뒤쳐지지 않으려고, 실패하지 않으려고 애써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성공하는 사람이 있으면 실패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고 앞서는 사람이 있으면 뒤쳐지는 사람이 있기 마련인데, 그들에 대한 배려와 온기는 점점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이 고단한 경쟁은 끝이 안 보입니다. 그래서 다들 지치고 힘겹습니다. 어쩔 수 없이 출발이 늦은 사람, 어쩔 수 없이 토대가 약한 사람들도 있는데 그들 또한 쉽게 패배자로 낙인됩니다.
뒤쳐진 사람은 쫓아가느라 힘들고, 앞선 사람은 누가 쫓아올까봐 힘든, 그래서 모두가 힘들고 예민하고 날카롭고, 그래서 평화를 잃어버리는 삶을 살게 되는 것 같습니다.
평화(平和)는 밥(벼 화, 禾)을 먹는(입 구, 口)것이 다 함께 똑같이(공평할 평, 平) 이루어지는 상태라는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힘이 약해서 일을 좀 못해도, 몸이 아파서 일을 좀 덜 해도, 그렇다고 ‘너는 먹지마, 너는 적게 먹어’가 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같은 밥을 먹이는 것’ 이것이 평화의 뜻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그래야 그 약하고 아픈 사람도 얼른 기운을 차려 일을 잘 할 수 있게 되겠죠.
“오늘 너도 평화를 가져다주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더라면 … !” 이라고 예수님께서 우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아이들이 깍두기를 만들어서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고 행복하게 놀았던 지혜를 통해, 이 시대에 평화를 다시 찾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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