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 예루살렘으로 가시는 길에 사마리아와 갈릴래아 사이를 지나가시게 되었다. 그분께서 어떤 마을에 들어가시는데 나병 환자 열 사람이 그분께 마주 왔다. 그들은 멀찍이 서서 소리를 높여 말하였다. “예수님, 스승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보시고, “가서 사제들에게 너희 몸을 보여라.” 하고 이르셨다. 그들이 가는 동안에 몸이 깨끗해졌다.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은 병이 나은 것을 보고 큰 소리로 하느님을 찬양하며 돌아와, 예수님의 발 앞에 엎드려 감사를 드렸다. 그는 사마리아 사람이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열 사람이 깨끗해지지 않았느냐? 그런데 아홉은 어디에 있느냐? 이 외국인 말고는 아무도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러 돌아오지 않았단 말이냐?” 이어서 그에게 이르셨다. “일어나 가거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
배낭여행을 하는 중에 독일 친구를 만나러 친구가 사는 독일의 어느 마을에 간 적이 있습니다. 친구가 자기 동네에 있는 작은 성지 한 곳을 소개시켜줬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성모님께 기도를 드리는 곳이라고 하더군요.
가서 보니 성모상 주변으로 사람들이 봉헌한 초들이 많이 있었고, 어떤 글귀를 나무나 돌판에 적어 봉헌한 것들도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각자 자기에게 필요한 은총이나 축복 같은 걸 적은 것이겠거니 하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곳이 있고, 불교 사찰에도 ‘대학 진학’, ‘사업 번창’ 등의 소원을 기왓장이나 연등에 써서 시주하는 경우가 있죠.
그런데 자세히 보니 적혀있는 글이 거의 다 비슷했습니다. 두 가지가 주로 보이던데요, 하나는 “Danke” 이고 다른 하나는 “Maria hat geholfen" 이었습니다.
무슨 뜻인지 친구에게 물어보니, Danke는 ‘Thank you’ 즉 ‘감사합니다’라는 뜻이고, Maria hat geholfen은 ‘성모님께서 도와주셨다’ 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이 곳은 사람들이 무엇을 바라고 기도하러 오는 곳이 아니라, 자신의 기도가 이루어졌을 때 사람들이 성모님의 도우심에 감사하러 오는 곳이라고 하더군요.
내용을 알고 보니, 우리나라에는 없는 장소인 것 같았습니다. 우리는 무언가 바라는 것을 적고 기도를 하는 장소는 있지만, 이렇게 '자신의 기도가 이루어진 것에 대해 감사함을 표현하는 곳이 있는가?' 생각해 보니 막상 잘 안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이런 점은 배울 만한 신앙의 태도가 아닌가 하고 생각했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열 사람이 깨끗해지지 않았느냐? 그런데 아홉은 어디에 있느냐?”
우리가 하느님에게서 받은 은총이 열 가지라면 이 중에 감사의 기도를 돌려드리는 것이 한 가지가 아닌가, 이런 우리에 대한 예수님의 탄식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실로 나에게 필요한 은총에 대해서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즉각적으로 기도가 이루어집니다만,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것에 대한 기도는 참 잘 안되는 것이 저의 부족한 모습이기도 합니다. 식사 전 기도는 무의식적으로 하는데 식사 후 기도는 무의식적으로 까먹곤 합니다.
깨끗해 진 사람은 열 사람이었지만, 마지막에 구원이 완성된 사람은 감사를 드리러 온 한 사람 뿐이었습니다.
우리도 감사의 마음을 하느님께 돌려드림으로 우리 구원이 완성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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