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이런 비유를 들어 말씀하셨다. “하늘 나라는 저마다 등을 들고 신랑을 맞으러 나간 열 처녀에 비길 수 있을 것이다. 그 가운데 다섯은 어리석고 다섯은 슬기로웠다. 어리석은 처녀들은 등은 가지고 있었지만 기름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슬기로운 처녀들은 등과 함께 기름도 그릇에 담아 가지고 있었다. 신랑이 늦어지자 처녀들은 모두 졸다가 잠이 들었다. 그런데 한밤중에 외치는 소리가 났다. ‘신랑이 온다. 신랑을 맞으러 나가라.’ 그러자 처녀들이 모두 일어나 저마다 등을 챙기는데, 어리석은 처녀들이 슬기로운 처녀들에게 ‘우리 등이 꺼져 가니 너희 기름을 나누어 다오.’ 하고 청하였다. 그러나 슬기로운 처녀들은 ‘안 된다. 우리도 너희도 모자랄 터이니 차라리 상인들에게 가서 사라.’ 하고 대답하였다. 그들이 기름을 사러 간 사이에 신랑이 왔다. 준비하고 있던 처녀들은 신랑과 함께 혼인 잔치에 들어가고, 문은 닫혔다. 나중에 나머지 처녀들이 와서 ‘주인님, 주인님, 문을 열어 주십시오.’ 하고 청하였지만, 그는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나는 너희를 알지 못한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니 깨어 있어라. 너희가 그 날과 그 시간을 모르기 때문이다.” |
제 조카의 돌잔치 때 있었던 일이 생각이 납니다.
돌잔치 때 아기들이 돌잡이를 하죠. 아기가 무슨 물건을 잡느냐를 보면서 그 아기가 나중에 어떤 사람이 될까 기대를 하게 됩니다. 형님 내외가 준비하는 걸 보니, 오래 살라고 실, 공부 잘 하라고 연필, 부자 되라고 돈, 가수되라고 마이크도 놔두더라구요.
삼촌인 제가 신부니까 ‘묵주도 놔두라!’고 했습니다.
형수님이 잔치 하기 전에 돌잡이 연습을 시켰다고 하던데요, 10번 연습하면 9번은 묵주를 잡았다고 합니다. 자꾸 묵주만 잡아서 형수님은 걱정했다고 하는데, 저는 '역시 삼촌이 신부니까 뭔가 다르구나.' 하고 기대를 했습니다. 그래서 돌잔치 때, ‘묵주 잡기만 해 봐라. 바로 수녀원 전화 들어간다.’ 하고 벼르고 있었는데, 아, 요 녀석이 막상 실전에서는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돌잡이를 할 때 아기 앞에 놔두는 물건들을 보면, 전부 아기가 복을 많이 받고 잘 되기를 바라는 좋은 물건들입니다. 총, 칼, 독극물, 술, 담배, 이런 해로운 건 아기 앞에 절대 내놓지 않습니다. 아기가 행복하고 기쁜 삶을 살기를 바라는 것이 부모님과 가족들의 당연한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부모님의 마음이 당연히 이렇다면, 사람을 창조하신 하느님의 마음은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당연히 부모님과 같은 마음, 부모님 보다 더 큰 사랑의 마음이 바로 하느님의 마음일 것입니다. 그래서 하느님은 우리 각자에게 맞는 방법으로 좋은 길과 은총의 삶을 마련해 주십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하느님이 마련해 주신 이 은총을 내가 어떻게 간직하면서 살아가느냐 하는 것입니다. 제 조카가 마이크를 잡았다고 해서 당장 가수가 되거나, 묵주를 잡았다고 해서 무조건 수녀원에 가는 건 아닙니다. 자기가 받은 관심과 사랑, 그리고 자기 재능을 잘 활용하고 노력해야지 자기 길을 찾고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하느님이 주신 은총도, 우리가 소중히 생각하고, 그 은총이 헛되지 않도록 구체적인 삶으로 살아야지 행복하고 기쁜 삶으로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선 10명의 처녀들이 함께 신랑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 10명에게 신랑을 맞이하는 은총이 똑같이 주어졌습니다. 그런데 은총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달랐습니다. 슬기로운 다섯은 신랑을 기다리는 일을 소중히 생각하고 잘 준비하는 마음으로 기름을 넉넉히 준비해서 신랑을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리석은 다섯은 같은 일을 소중히 생각할 줄 몰라서 기름을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신랑과 함께 혼인잔치에 들어가는 기쁨은 자신에게 주어진 은총에 감사하고 잘 준비한 슬기로운 처녀들에게 허락 되었습니다.
우리 각자 돌잡이를 했던 때는 까마득히 먼 옛날이지만, 분명히 하느님은 우리 각자에게 알맞은 은총과 사랑을 주셨습니다. 오늘 내 삶은 그 은총에 필요한 기름을 준비하는 삶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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