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부자가 집사를 두었는데, 이 집사가 자기의 재산을 낭비한다는 말을 듣고, 그를 불러 말하였다. ‘자네 소문이 들리는데 무슨 소린가? 집사 일을 청산하게. 자네는 더 이상 집사 노릇을 할 수 없네.’ 그러자 집사는 속으로 말하였다. ‘주인이 내게서 집사 자리를 빼앗으려고 하니 어떻게 하지? 땅을 파자니 힘에 부치고 빌어먹자니 창피한 노릇이다. 옳지, 이렇게 하자. 내가 집사 자리에서 밀려나면 사람들이 나를 저희 집으로 맞아들이게 해야지.’ 그래서 그는 주인에게 빚진 사람들을 하나씩 불러 첫 사람에게 물었다. ‘내 주인에게 얼마를 빚졌소?’ 그가 ‘기름 백 항아리요.’ 하자, 집사가 그에게 ‘당신의 빚 문서를 받으시오. 그리고 얼른 앉아 쉰이라고 적으시오.’ 하고 말하였다. 이어서 다른 사람에게 ‘당신은 얼마를 빚졌소?’ 하고 물었다. 그가 ‘밀 백 섬이오.’ 하자, 집사가 그에게 ‘당신의 빚 문서를 받아 여든이라고 적으시오.’ 하고 말하였다. 주인은 그 불의한 집사를 칭찬하였다. 그가 영리하게 대처하였기 때문이다. 사실 이 세상의 자녀들이 저희끼리 거래하는 데에는 빛의 자녀들보다 영리하다.” |
신부로 살면서 기분 좋은 일 중 하나가, 제가 한 사소한 행동이 ‘신부로서’ 한 행동이라 그것이 의미있게 사람들에게 전해지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저는 그냥 애들이 좋고 주일학교 아이들이 귀엽고 예뻐서 머리 쓰다듬어주고 손을 얹어 줍니다. 그런데 신자분들은 신부님이 아이들에게 축복 많이 해 준다고 좋아해 주시더라구요.
또 봉성체나 가정방문 하려고 신자분 집에 들어갈 때 멀뚱멀뚱 들어가기 어색해서 그냥 ‘이 집에 평화를 빕니다.’ 하고 말 하면서 들어갑니다. 그런데 신자분들은 신부님이 우리 집 축복해 주셨다고 좋아해 주시더구요.
차 축복이나 집 축복식 할 때, 제가 가진 성수통에 성수 나오는 구멍이 좀 커서 성수가 팍팍 나옵니다. 그런데 신자분들은 신부님이 성수 많이 뿌려주신다고 좋아해 주시더라구요.
저는 심각하게 한 게 아니고 크게 의미를 부여한 행동이 아닌데, 신자분들에게는 의미 있고 하느님 축복으로 받아들여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죠. 저는 큰 힘 안들이고 하느님의 축복을 드릴 수 있으니 저에게도 좋은 일입니다.

‘축복’은 제 복을 드리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복을 빌어 드리는 것이죠. 저는 하느님 복을 꺼내서 그냥 전해 드릴 뿐입니다. 하느님 복은 아무리 꺼내서 드려도 줄어들지 않습니다. 그리고 많이 드려도 다들 좋아하십니다.
오늘 복음에 나온 불의한 집사를 보면, 주인의 재산을 마치 자기 재산인 것처럼 제 맘대로 갖다 씁니다. 그렇게 낭비했다고 쫓겨나는 마당에 주인 재산에 또 손을 대서 자기 뒷감당을 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주인은 이 집사를 칭찬합니다. 예수님도 이 사람을 보고 영리하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주인의 재산이 곧 ‘하느님의 복’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하느님 복은 언제든지 얼마든지 꺼내서 남에게 주어도 괜찮은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복을 줘서 제가 칭찬 들어도 나쁜 것 아닙니다. 이게 하느님의 축복이 지닌 매력인 것 같습니다.
오늘도 사람들에게 복을 주는 행동, 복을 주는 말, 복을 주는 삶이 되길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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