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에 세리들과 죄인들이 예수님의 말씀을 들으려고 가까이 모여들고 있었다. 그러자 바리사이들과 율법 학자들이, “저 사람은 죄인들을 받아들이고 또 그들과 함께 음식을 먹는군.” 하고 투덜거렸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 비유를 말씀하셨다. “너희 가운데 어떤 사람이 양 백 마리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 가운데에서 한 마리를 잃으면, 아흔아홉 마리를 광야에 놓아둔 채 잃은 양을 찾을 때까지 뒤쫓아 가지 않느냐? 그러다가 양을 찾으면 기뻐하며 어깨에 메고 집으로 가서 친구들과 이웃들을 불러, ‘나와 함께 기뻐해 주십시오. 잃었던 내 양을 찾았습니다.’ 하고 말한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이와 같이 하늘에서는, 회개할 필요가 없는 의인 아흔아홉보다 회개하는 죄인 한 사람 때문에 더 기뻐할 것이다. 또 어떤 부인이 은전 열 닢을 가지고 있었는데 한 닢을 잃으면, 등불을 켜고 집 안을 쓸며 그것을 찾을 때까지 샅샅이 뒤지지 않느냐? 그러다가 그것을 찾으면 친구들과 이웃들을 불러, ‘나와 함께 기뻐해 주십시오. 잃었던 은전을 찾았습니다.’ 하고 말한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이와 같이 회개하는 죄인 한 사람 때문에 하느님의 천사들이 기뻐한다.” |
고해소에 오래 앉아 있으면 몸이 뻐근해 집니다. 좁은 곳에서 가만히 앉아 있는게 아주 편한 자세는 아니거든요. 그래서 가끔은 자세가 좀 흐트러지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눈이 번쩍 뜨이고 긴장상태가 될 때가 있습니다.
보통 대부분 신자분들이 ‘고해성사 본 지 몇 달 되었다’, ‘몇 주 되었다’ 이렇게 말씀하시는데, 간혹 갑자기 ‘5년 됐습니다’. ‘10년 됐습니다’. 심지어는 ‘수 십 년 됐습니다’ 이런 분들이 가끔씩 들어오십니다.
이런 분들이 오시면 귀가 쫑긋해지고 느슨했던 몸이 조여집니다. 업계 전문 용어로, 이런 분을 ‘월척'이라고 합니다. 무조건 낚아야 합니다.
사실 인간적인 심정으로는 묻고 싶고 따지고 싶은게 많습니다. 뭐 하시다 이제야 오셨는지, 그 동안 왜 미사 참석 안 하시고 고해성사 안 하셨는지 듣고 싶습니다. 추궁하는게 아니라, 그래야 고해성사를 잘 드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간적인 심정을 이 때 자제해야 합니다! 월척이기 때문입니다! 이 때 발동해야 하는 생각이 바로 오늘 복음말씀입니다. “회개하는 죄인 한 사람 때문에 하느님의 천사들이 기뻐한다.”
아니, 억지로 오셨든지 스스로 오셨든지, 일단 오셨잖아요. 그리고 이렇게 하든 저렇게 하든 전문 용어로 ‘사효성’ 즉 행위 그 자체로 성사가 합법적으로 성립되니, 우선 고해를 잘 하실 수 있도록 도와드려야 합니다.
하느님의 천사들이 기뻐한다 하시는데 제가 뭘 더 묻고 따지겠습니다. 보험 가입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는 마당에, 하느님의 용서는 더 그렇게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또 이렇게 성사를 보시는 분들이, 대부분 잘못을 뉘우치시고 눈물도 흘리시면서 앞으로 열심히 살겠다고 굳게 다짐을 하십니다. 이 분들이 성사를 보시고 기쁜 마음으로 고해소를 나가시면, 성사를 집전하는 저도 ‘신부가 되길 잘 했구나, 이런 게 신부생활 하는 기쁨이구나' 라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저보다도 하느님께서, 예수님께서 아마 더 기뻐하시겠다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실수를 하고 죄를 짓는 것 보다 더 나쁜 것이 바로 반성하지 않고, 그 상태로 머물러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누구를 보고 화를 내셨습니까? 죄인들, 세리들, 창녀들이 아니었습니다. 자기들은 죄가 없다고 자신하면서 도무지 반성하려고 하지 않았던 바리사이, 율법학자들이었습니다.

회개하는 마음, 겸손한 마음을 오늘 청해봅니다. 우리가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오늘 하루를 살아간다면 하느님께서 우리의 모습을 보고 기뻐하시고, 하느님의 천사들도 기뻐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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