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불의한 재물로 친구들을 만들어라. 그래서 재물이 없어질 때에 그들이 너희를 영원한 거처로 맞아들이게 하여라. 아주 작은 일에 성실한 사람은 큰일에도 성실하고, 아주 작은 일에 불의한 사람은 큰일에도 불의하다. 그러니 너희가 불의한 재물을 다루는 데에 성실하지 못하면, 누가 너희에게 참된 것을 맡기겠느냐? 또 너희가 남의 것을 다루는 데에 성실하지 못하면, 누가 너희에게 너희의 몫을 내주겠느냐? 어떠한 종도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 한쪽은 미워하고 다른 쪽은 사랑하며, 한쪽은 떠받들고 다른 쪽은 업신여기게 된다. 너희는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 돈을 좋아하는 바리사이들이 이 모든 말씀을 듣고 예수님을 비웃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너희는 사람들 앞에서 스스로 의롭다고 하는 자들이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너희 마음을 아신다. 사실 사람들에게 높이 평가되는 것이 하느님 앞에서는 혐오스러운 것이다.” |
이태석 신부님께서 하느님 품으로 가신지 10년이 지났습니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신부님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며칠을 굶은 아이가 성당에 왔습니다. 그 아이에게 먹을 것을 주었습니다. 배가 고팠던 아이라 금방 받아 먹을 줄 알았는데 주춤합니다. 왜 그런가 물어보니, 집에 며칠간 아무것도 못 먹은 가족들에게 줘야 한다는 겁니다. 그 얼마 안 되는 빵 몇 개를 들고 아이는 기쁜 얼굴로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며칠 전에 우리나라에서 살인사건이 났습니다. 집안 상속 문제로 형제간에 칼부림이 일어난 겁니다. 수 십 억의 재산이 그들에게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걸로 형제지간이 원수지간이 되었습니다
이 두 집안 중에서, 여러분이 보시기에 어느 집안이 행복한 집안입니까? 빵 몇 개를 나누면서 행복하게 사는 집입니까? 수 십 억으로 서로 칼부림을 하는 집입니까? 어디가 천국이고 어디가 지옥입니까?
우리가 늘 숨을 쉬면서 살지만 호흡을 의식하지 않고 사는 것처럼, 자본주의의 사회에 살면서 자본의 흐름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을 잘 의식하지 못하게 됩니다.
좀 쉽게 말해서 ‘돈을 많이 가지는 것’이 곧 좋은 것이고, 아이들에게 덕담을 해도 좋은 대학 좋은 직장 가서 ‘돈 많이 벌어라.’고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세상입니다. ‘부자 되세요’라는 말이 축복의 말이고 ‘로또 당첨’ 되는 것이 사람들의 새해 소망인 세상입니다.
이 와중에 우리가 하느님을 믿는 사람으로서,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는 말은 불편한 말씀으로 들릴 수 있습니다. 너무 이분법적인 요구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너무 극단적으로 양자택일의 문제로 만드시는게 아닌가 하고 의아한 마음도 생깁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단어는 ‘섬기다’ 입니다. 예수님은 재물을 모으지 마라, 쓰지 마라고 하신 것이 아닙니다. ‘섬기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재물은 써야 하는 대상이지 섬겨야 할 대상이 아닌 것입니다.
실로 재물을 쓰지 않고 '섬기기' 시작할 때, 우리 인간 사회에서 크고 작은 문제들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사람보다 재물을 우위에 두었을 때, 그 재물 때문에 스스로 죽기도 하고 남을 죽이기도 합니다. 모든 가치 판단의 기준이 ‘더 많은 재물’이 되어버려 그 이외의 가치는 힘을 잃어버리게 되기도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정말 하느님과 재물은 함께 섬길 수 없습니다. 우리는 재물을 섬기는 것을 경계하고 조심해야 하겠습니다. 이태석 신부님 말씀대로 아주 작은 재물이라도 그것을 잘 쓰면 그 곳은 천국이 됩니다. 하지만 아무리 큰 재물이라도 그것을 섬기기 시작하면 그 곳은 지옥이 됩니다.
'한 분이신 하느님을 흠숭하라' 는 십계명의 첫 계명이 우상 숭배가 만연한 구약시대의 계명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것이 첫째 계명인 이유는 지금 우리에게도 아주 위험하고 치명적인, 그러나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위험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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