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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묵상 -2020년

복음 묵상 - 2020.11.02 가해 죽은 모든 이를 기억하는 위령의 날 - 둘째 미사 (마태 11,2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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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에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그렇습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선하신 뜻이 이렇게 이루어졌습니다.”
    “나의 아버지께서는 모든 것을 나에게 넘겨주셨다. 그래서 아버지 외에는 아무도 아들을 알지 못한다. 또 아들 외에는, 그리고 그가 아버지를 드러내 보여 주려는 사람 외에는 아무도 아버지를 알지 못한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
    정녕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

    죽은 자의 청소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글쓴이는 죽은 사람들이 머물렀던 곳을 정리하고 청소하는유품 정리사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일을 하면서 죽은 이들이 남긴 것들과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책에 담았습니다.

    그 내용 마음에 닿은 부분을 가져왔습니다. (글쓴이가 자신이 정리한 장소에서 세상을 떠난 사람에게 쓴 편지 형식입니다.)


    이곳에 머문 며칠 동안 염치도 없이 당신이 집에 남기고 간 모든 것을 보았고 그 흔적을 지우고자 애썼지만 사실 당신에 대해 알게 된 것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당신이 서둘러 경험한 죽음을 향해 나 역시 잠시도 지체하지 못하고 한 걸음씩 다가서고 있습니다. 우리 인간 존재는 그렇게 예외 없이 죽음을 고스란히 맞이합니다.

 

    이곳을 치우며 우연히 알게 된 당신의 이름과 출신 학교, 직장, 생년월일이 다 무슨 의미가 있는지요? 그것은 당신에 대해 어떤 진실도 말해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집을 치우면서 한 가지 뚜렷하게 알게 된 것이 있다면 당신에 대한 것이 아니라 당신을 향한, 이곳에 남은 자들의 마음입니다.

 

 

    당신은 사랑받던 사람입니다. 당신이 버리지 못한 신발 상자 안에 남겨진 수많은 편지와 사연을 그 증거로 제출합니다. 또 당신이 머물던 집에 찾아와 굳이 당신의 흔적을 보고 싶어한 아버지와 어머니, 홀로 방에 서서 눈물을 흘리던 당신의 동생을 증인으로 신청합니다.

 

    당신이 남긴 모든 것은 결국 사라지고 지워질 테지만, 당신이 남긴 사랑의 유산만은 누구도 독점하지 못하고, 또 다른 당신에게 또 다른 당신의 당신에게 끝없이 전해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생명이 자라나고 살아 움직이던 계절이 지나, 이제는 세상이 조용히 잠을 준비하는 듯한 때가 왔습니다. 더불어 우리 인간의 삶의 마지막, 삶의 마지막 또한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되는 때입니다.

 

    글을 읽으며, 나는 세상에서의 삶을 마칠 무엇을 남기고 떠날까. 내가 남긴 것이 다른 이로 하여금 사랑을 떠올리게 있을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그리고 저에게 사랑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가족, 친지, 친구들을 생각하며 그들을 위해 기도해 봅니다. 분들이 살아 있을 저에게 주신 사랑, 그리고 지금도 남아있는 사랑과 기도 덕분에 제가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분들이 오늘 예수님 말씀 -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처럼, 하느님 품에서 안식을 누리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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