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에 군중 가운데에서 어떤 사람이 예수님께, “스승님, 제 형더러 저에게 유산을 나누어 주라고 일러 주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아, 누가 나를 너희의 재판관이나 중재인으로 세웠단 말이냐?” 그리고 사람들에게 이르셨다. “너희는 주의하여라. 모든 탐욕을 경계하여라. 아무리 부유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은 그의 재산에 달려 있지 않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비유를 들어 말씀하셨다. “어떤 부유한 사람이 땅에서 많은 소출을 거두었다. 그래서 그는 속으로 ‘내가 수확한 것을 모아 둘 데가 없으니 어떻게 하나?’ 하고 생각하였다. 그러다가 말하였다. ‘이렇게 해야지. 곳간들을 헐어 내고 더 큰 것들을 지어, 거기에다 내 모든 곡식과 재물을 모아 두어야겠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말해야지. ′자, 네가 여러 해 동안 쓸 많은 재산을 쌓아 두었으니, 쉬면서 먹고 마시며 즐겨라.′’ 그러나 하느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어리석은 자야, 오늘 밤에 네 목숨을 되찾아 갈 것이다. 그러면 네가 마련해 둔 것은 누구 차지가 되겠느냐?’ 자신을 위해서는 재화를 모으면서 하느님 앞에서는 부유하지 못한 사람이 바로 이러하다.” |
신학교에 들어가서 첫 학기를 보낼 때였습니다. 1학년들은 외출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먹지 못하는 것이 이 때 꽤 힘들었습니다.
물론 양성 신부님들께서 자주 단체로 간식을 자주 사 주셨습니다만, 어찌 하나같이 (일부러 그러셨는지) 맛 없는 것만 골라서 사 주셨습니다. 빵 하나를 먹어도 우리는 소세지빵 피자빵 먹고 싶은데, 늘 사 오시는 것은 팥빵, 팥빵, 팥빵이었습니다. 콜라도 좀 사 오시지 늘 깜빡하셨다면서 물 마시라고 하셨습니다.
1학년 주제에 감히 이거 사달라 저거 사달라 할 수 없으니, 그저 배를 채울 수 있음에 감사하며 먹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5월이 되어 어버이날을 맞아, 부모님과 가족들을 신학교에 초대하는 행사를 했습니다. 동기 신학생들의 가족들이 점심 식사와 간식을 준비 해 오셨습니다. 저희 부모님과 가족들 역시 제가 좋아하는 음식들을 바리바리 싸 오셔서, 오래간만에 먹고 싶은 음식들 많이 먹을 수 있었습니다.
부모님들이 당연히 음식을 넉넉하게 싸 오셨겠죠. 행사가 끝나고 가족들은 집으로 돌아갔지만, 먹을 것들은 남아 있었습니다. ‘야, 앞으로 며칠은 맛있는 것들 좀 먹겠구나!’ 하고 행복한 생각을 하는데, 방송이 나왔습니다.
“여러분, 부모님께 받은 음식들은 다 함께 나눠 먹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즉시 식당 주방으로 다 갖고 오십시오.”
신학교에 갈까 말까 하는 고민 다음으로 심각한 고민의 시간이었습니다. 이 치킨을, 이 김밥을, 이 피자빵과 콜라를… 어찌한단 말인가… 머리를 굴려 절충안을 찾았습니다.
'그래! 반반이다! 내라고 하시니 절반은 내야 함이 마땅하며, 한편 소유권이 엄연히 나에게 있으니 절반은 내가 먹음이 마땅하다!'
그래서 옷장 깊은 곳에 치킨, 콜라 등을 적당히 꼬불쳐 둔 후, 여유로운 표정으로 나머지를 공동 간식으로 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축구 시합을 하고 돌아와서 목을 축이려고 숨겨놓은 콜라를 한 잔 하려고 옷장 문을 연 순간… 저의 야심찬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음을 직감했습니다. 침침하고 습한 곳에 있던 치킨과 김밥에는 곰팡이가 다 슬어버렸고, 콜라의 김은 다 빠져버려 설탕물보다 못했습니다.
뒤늦게 예수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어리석은 자야, 그러면 네가 마련해 둔 것은 누구 차지가 되겠느냐?’ 저 혼자 먹으려고 챙겨놓은 것은 저도 못 먹고 남도 못 먹게 됐습니다.
그제서야 후회했습니다. 차라리 다 내 놓았으면 다 먹을 수 있었을텐데 라고요. (고해성사는 봤습니다만 음식은 돌아오지 않더군요)
우리는 세상 속에 살면서 세상과는 다르게 살아가는 신앙인입니다. 그러니 재물을 소유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세상과는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세상 사람들은 ‘내 것은 내 창고에’ 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소유’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신앙인은 ‘내 것을 내어 놓음’도 손해가 아닌 ‘소유’로 생각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꼬불쳐 놨다가 너도 나도 못 먹게 되고 나서 후회하면 늦습니다! 큰 마음으로 베풀어 봅시다!
베풀고 나누는 것이 더 많이 가지는 것임을, 김빠진 콜라와 곰팡이 핀 치킨을 떠올리며 저는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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