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사람들 앞에서 나를 안다고 증언하면, 사람의 아들도 하느님의 천사들 앞에서 그를 안다고 증언할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 앞에서 나를 모른다고 하는 자는, 사람의 아들도 하느님의 천사들 앞에서 그를 모른다고 할 것이다. 사람의 아들을 거슬러 말하는 자는 모두 용서받을 것이다. 그러나 성령을 모독하는 말을 하는 자는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 너희는 회당이나 관청이나 관아에 끌려갈 때, 어떻게 답변할까, 무엇으로 답변할까, 또 무엇을 말할까 걱정하지 마라. 너희가 해야 할 말을 성령께서 그때에 알려 주실 것이다.” |
오늘 기념일을 보내는 안티오키아의 이냐시오 성인의 삶을 생각하다가, ’인생은 아름다워’ (La vita e bella) 라는 유명한 영화가 떠올랐습니다. 2차대전 당시 유대인 강제수용소에서 일어난 사건을 배경으로 한 영화입니다.
유대인 가족 아빠와 아들이 수용소에 끌려가는데, 아빠는 어린 아들을 살리기 위해 몰래 수용소 안 까지 데리고 옵니다. 아들을 데리고 온 것을 들키지 않으려면 아빠가 강제노동을 하는 동안 아들은 혼자 꼭꼭 숨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상황과 비참한 현실을 어린 아들에게 다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아들에게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숨바꼭질 게임이니, 늘 잘 숨어 다녀서 점수를 얻어야 된다고 알려줍니다. 천진난만한 아들은 아빠 말을 철썩같이 믿고 감시병들의 눈을 피해 잘 숨어 다닙니다. 비극적인 상황을 즐겁게 해석해서 아빠는 아들을 살리려고 한 것입니다.
전쟁의 비극과 수용소의 비참한 현실, 그 안에서 아들을 속여야 하는 아빠의 우스꽝스러운 행동들, 들킬까 말까 조마조마한 어린 아들, 이 상반되는 상황들이 이 영화를 보는 사람에게 묘한 감정을 전달합니다. 다행히 아들은 아빠의 희생 덕분에 끝까지 잘 숨어 있다가 다행히 무사히 수용소에서 나오게 됩니다.
이냐시오 성인은 초대교회 박해 시대의 순교자입니다. 성인께서 받은 사형 방법은 맹수형이었습니다. 맹수형은 콜로세움 같은 경기장에서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맨 몸으로 맹수들에게 던져지는 처형 방법입니다.
상상해보면 끔찍하기 그지 없습니다. 동물들이 서로 먹고 먹히는 영상만 봐도 잔인하고 움찔하게 되는데, 그 대상이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그 잔혹함은 상상하기가 꺼려질 정도입니다. 게다가 이 상황을 재미거리로 보며 웃고 떠드는 구경꾼들이 있었으니 그 비참함이 더해졌을 겁니다.
이 상황에서 이냐시오 성인이 하신 말씀은 참 감동적입니다. 오늘 영성체송 내용, ‘나는 그리스도의 밀알이다. 짐승들의 이빨에 가루가 되어 깨끗한 빵이 되리라.’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이 빵이 되어 우리에게 오셨듯이 우리도 빵이 되어야 하고, 빵이 되려면 밀은 부서져서 가루가 되어야 합니다.
이냐시오 성인은 맹수가 자신을 가루로 만들어주는 도구가 되는 것이라 생각하며, 이로써 자신은 참된 빵이 될 것이라고 해석하신 것입니다.

자신에게 다가올 비참한 현실을 하느님과 예수님을 통해 거룩한 희생으로 승화시키는 성인의 마음과 표현이 참 대단한 것 같습니다. “어떻게 답변할까, 무엇으로 답변할까, 또 무엇을 말할까 걱정하지 마라. 너희가 해야 할 말을 성령께서 그때에 알려 주실 것이다.” 라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는데, 이냐시오 성인의 말씀이 정말 성령께서 알려주신 말씀이 아니겠나 생각됩니다.
우리의 삶도 성령을 통해 기쁨으로 승화되는 삶, 희망과 보람으로 변화되는 삶이 되길 바라며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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