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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묵상 -2020년

복음 묵상 - 2020.10.16 가해 연중 제28주간 금요일 (루카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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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에 수많은 군중이 모여들어 서로 밟힐 지경이 되었다. 예수님께서는 먼저 제자들에게 말씀하기 시작하셨다. “바리사이들의 누룩 곧 위선을 조심하여라.
    숨겨진 것은 드러나기 마련이고 감추어진 것은 알려지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너희가 어두운 데에서 한 말을 사람들이 모두 밝은 데에서 들을 것이다. 너희가 골방에서 귀에 대고 속삭인 말은 지붕 위에서 선포될 것이다.
    나의 벗인 너희에게 말한다. 육신은 죽여도 그 이상 아무것도 못하는 자들을 두려워하지 마라.
    누구를 두려워해야 할지 너희에게 알려 주겠다. 육신을 죽인 다음 지옥에 던지는 권한을 가지신 분을 두려워하여라. 그렇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바로 그분을 두려워하여라.
    참새 다섯 마리가 두 닢에 팔리지 않느냐? 그러나 그 가운데 한 마리도 하느님께서 잊지 않으신다.
    더구나 하느님께서는 너희의 머리카락까지 다 세어 두셨다. 두려워하지 마라. 너희는 수많은 참새보다 더 귀하다.”

    30 넘게 지난 일이지만, 첫영성체 찰고 때의 경험이 저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이 납니다. 왜냐하면 ‘눈 앞이 캄캄해진다’, ‘머리 속이 하얘진다’ 표현을 처음으로 실감나게 경험해 때라서요.

 

    첫영성체를 하기 위해서 교리도 번도 빠지고 나왔고 기도문도 외웠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주임 신부님 앞에서 질문에 대답해야 하는 찰고!! 엄격하시기로 소문난 신부님이라서 긴장될 밖에 없었습니다.

 

    그 첫영성체를 아이들이 거의 100명이 넘었던 시절이라, 신부님과 개별적으로 찰고를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을 강당에 모아놓고, 무작위로 지명을 해서 주임 신부님의 질문에 대답하고 기도를 외워야 하는 방식으로 찰고가 진행됐습니다.

 

    언제 이름이 불릴까, 나는 무슨 기도를 할까 두근거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달달달 떨며 기다리고 있는데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런데!

    보통 다른 아이들에게는 ‘식사 후 기도 해 봐라, 사도신경 해 봐라.’ 이렇게 지시하시던 신부님이, 갑자기 저한테는 이상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일하나이신천주를흠숭하라!' 이렇게 말씀하신 겁니다! (일부러 띄어쓰기를 안 했습니다. 정말 저렇게 말씀하셨어요…)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고 머리가 하얘졌습니다. 제가 외운 기도문 중에 ‘일하나이…’ 시작된 기도는 없었으니까요. 무슨 일을 하는 기도지?’ 하고 머리를 굴려봐도 떠오르는 기도는 없고, 어린 마음에 설움이 북받쳐 올라 눈물이 터지기 직전이었습니다.

 

    이제 내 신앙생활은 끝이구나’ 하고 자포자기한 , 신부님께서 갑자기 “십계명!” 이라고 하셨습니다! 

    순간 ‘아! 십계명!’ 하고 머리가 번쩍이며, 잠겨있던 수도꼭지가 열린 것처럼 외웠던 것을 말했습니다.

 

    모든 것을 하얗게 불태운 하루였습니다.

 

 

 

    이제는 제가 첫영성체반 아이들의 찰고를 하는 입장이 되어보니, 신부님의 마음이 어땠는지 조금은 이해가 됩니다.

    신부님의 찰고는누구를 탈락시킬까누가 못난 놈일까하고 찾는 것이 목적이 아닙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신앙생활을 잘 하도록 도와줄까, 어떻게 하면 성체를 통해서 예수님을 알도록 해 줄까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랬기 때문에 30 주임 신부님도 저를 단칼에 탈락시키지 않으셨고, 십계명!’ 이라고 알려 주셨던게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또한 마음이 하느님이 우리를 바라보시고 생각해 주시는 마음 것입니다.그 흔한 참새도 사랑하시는 하느님이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시겠는가, 그분은 우리 머리카락까지도 다 세어두실 만큼 사랑하신다.’ 예수님께서 알려주셨습니다.

    하느님 앞에서 우리는 두려움을 느끼지만, 그것은 무서움 혹은 공포가 아닙니다. 하느님에 대한 두려움은 큰 사랑 앞에서 느끼는 겸손과 낮춤의 두려움입니다.

 

   

    하느님은 부족한 나를, 허물 많은 나를 아십니다. 알고 사랑해 주십니다.

    그러니 나를 포장하고 부풀리기 위한누룩 하느님 앞에서 필요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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