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에 예수님께서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어떤 사람에게 아들이 둘 있었는데, 맏아들에게 가서 ‘얘야, 너 오늘 포도밭에 가서 일하여라.’ 하고 일렀다. 그는 ‘싫습니다.’ 하고 대답하였지만, 나중에 생각을 바꾸어 일하러 갔다. 아버지는 또 다른 아들에게 가서 같은 말을 하였다. 그는 ‘가겠습니다, 아버지!’ 하고 대답하였지만 가지는 않았다. 이 둘 가운데 누가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였느냐?” 그들이 “맏아들입니다.” 하고 대답하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세리와 창녀들이 너희보다 먼저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간다. 사실 요한이 너희에게 와서 의로운 길을 가르칠 때, 너희는 그를 믿지 않았지만 세리와 창녀들은 그를 믿었다. 너희는 그것을 보고도 생각을 바꾸지 않고 끝내 그를 믿지 않았다.” |
우리나라가 월드컵이나 올림픽에서 다른나라와 경기를 할 때 '정신력' 이야기를 많이하죠. 특히 한-일전이나 우리보다 강한 상대방을 만났을 때, ‘정신력으로 무장해야 한다, 정신력으로 버텨야 한다’는 말들을 많이 하죠. 이 정신력을 발휘해서 ‘부상투혼’, ‘혈투’ 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를 월드컵 4강으로 이끈 히딩크 감독이 우리 축구 대표팀 감독이 되고 나서, 이 ‘정신력’을 바꿔야 된다고 했다고 합니다. 히딩크 감독은, 정신력이란 ‘악으로 깡으로 버티는 능력’이 아니라 ‘실수를 했을 때 빨리 잊어버릴 수 있는 능력’이라고 했습니다.
저도 축구를 하면서 아주 얕게 경험을 해 봤습니다만, 선수가 경기 중에 실수를 한 번 하게 되면 그 심리적 부담감이 굉장히 큽니다. 나의 실수로 경기를 망치는 것이 아닌가, 동료들의 노력을 헛되게 하는 것 아닌가, 나 때문에 대표팀이 비난을 받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위축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부담감이 더 열심히 뛰는 것으로 이어지면 좋겠지만 그게 말처럼 쉽게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부담감 때문에 몸에 힘이 너무 들어가서 결정적인 순간에 실수하게 되고, 무리하게 뛰다가 크게 다치기도 합니다.
그래서 히딩크 감독은 선수들에게 실수한 것을 빨리 잊어버리기를 늘 강조하면서, 이런 정신력을 갖춘 선수에게 더 중요한 역할을 맡겼다고 합니다.
(실제로 히딩크 감독은 한국-이탈리아 16강전에서, 경기 초반 페널티킥을 실축한 안정환 선수를 교체하지 않고 끝까지 뛰게 했고, 그 결과 안정환 선수가 결승골을 넣었죠.)
이 ‘정신력’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우리 신앙생활에도 적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살면서 실수하고 잘못하고 죄를 짓습니다. 이런 나의 허물들을 계속 생각하고 곱씹으면서 사는 것이 앞으로의 내 삶에 도움이 되고 변화를 불러일으키느냐 하면,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오히려 자존감이 낮아지고 스스로 고립되어서 더 나은 삶을 새롭게 시작하기가 힘들게 됩니다.
예수님도 우리가 이런 상태에 머물기를 원하지 않으셨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이것을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비유말씀에 나온 아들처럼 처음에는 아버지의 뜻을 거절했더라도, 언제 그랬냐는듯이 ‘생각을 바꾸어’ 일하러 가는 모습이 아버지의 뜻을 실천한 것임을 알려주셨습니다.
'버릇 없이 거절한 녀석이 이제 와서 뭘 하려고?’ 하며 책망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대답은 했지만 실천하지 않은 아들이 옳지 못하다고 하셨습니다.
물론 아무 죄의식 없이 자신의 과오에 무책임하게 살아도 된다는 말씀은 아닙니다. 신앙은 상식적이어야 합니다. 다시는 죄를 짓지 않겠다는 다짐과 변화된 삶을 향한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생각을 바꾸어’ 라는 말씀 안에 담긴 마음가짐일 것입니다.
예수님은 내가 실수를 빨리 잊고 나의 선함과 탈렌트를 최대한 발휘하기를 바라십니다.
저도 ‘생각을 바꾸어’ 살아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오늘 작은 것 하나라도 바꾸어 보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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