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 혼자 기도하실 때에 제자들도 함께 있었는데, 그분께서 “군중이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하고 물으셨다. 제자들이 대답하였다. “세례자 요한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엘리야라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옛 예언자 한 분이 다시 살아나셨다고 합니다.” 예수님께서 다시,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하시자, 베드로가 “하느님의 그리스도이십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그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엄중하게 분부하셨다. 예수님께서는 이어서 “사람의 아들은 반드시 많은 고난을 겪고 원로들과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에게 배척을 받아 죽임을 당하였다가 사흘 만에 되살아나야 한다.” 하고 이르셨다. |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갔을 때, 갈릴래아 호수 근처 도시 티베리아스에 며칠 머문 적이 있었습니다. 이 곳이 예수님께서 주로 활동하셨던 곳이니 당연히 순례할 곳이 많습니다.
순례를 오기 전에는 이곳이 성지이기 때문에 조용하고 기도하는 분위기일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와 보니 그렇지 않았습니다. 여기가 호수 주변이라 시원한 기후라 그런지, 휴가를 즐기러 오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번쩍번쩍한 번화가도 있고 유흥시설도 많고 밤 늦게까지 젊은이들이 골목 구석구석에서 놀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성지순례를 하고 예수님을 묵상하려고 왔는데, 같은 장소에 있는 다른 사람들은 예수님과 전혀 상관없는 모습으로 시간과 공간을 점유하고 있었습니다.
오늘 복음을 묵상해 보니 제가 티베리아스에서 느낀 감정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예수님께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지내셨는데, 누구는 그분을 세례자 요한이라고 하고 누구는 엘리야라고 했습니다. 즉 예수님과 같이 있으면서도 예수님에 대해서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는 말이죠.
하지만 베드로는 예수님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습니다. 그분이 하느님의 그리스도이시라고. 즉 우리를 구원해 주실 분, 우리를 하느님 나라에로 이끌어 주실 분이라고 고백했습니다.
예수님이 이 질문을 하신 이유는, 당신에 대해 올바로 아는 것이 꼭 필요했기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 베드로의 고백에 대한 부연 설명으로, 당신의 정체성에 뒤따르는 그리스도의 참된 모습을 알려주셨습니다.
그것은 수난과 부활이었습니다.
이렇게 부연설명을 해 주신 이유는, 제자들 역시 예수님을 온전히 제대로 알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이 하느님의 아들이시니까 높은 자리에 오르실 것이다, 그리스도이시니까 막강한 권력을 쥘 것이다 하고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를 예수님 왼편에, 오른편에 앉게 해 달라.’ 고 청탁도 하고, ‘누가 더 높으냐’ 하고 다투기도 했죠.
예수님은 당신 삶의 본질은 그것이 아니라 ‘수난과 부활'이라고 오늘 알려 주셨습니다.
다행입니다. 수난만 있으면 그저 고통을 감수하고 고행을 견디기만 해야 하는데, 부활이 있기 때문에 희망을 가질 수 있고 기쁨을 바랄 수 있습니다.
오늘도 내 삶에 크고 작은 어려움들과 수고로움이 있겠지만, 부활을 위한 한 걸음이라 생각하고 살아가고자 합니다.
'복음묵상 -2020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복음 묵상 - 2020.09.27 가해 연중 제26주일 (마태 21,28-32) (0) | 2020.09.26 |
---|---|
복음 묵상 - 2020.09.26 가해 연중 제25주간 토요일 (루카 9,43ㄴ-45) (0) | 2020.09.25 |
복음 묵상 - 2020.09.24 가해 연중 제25주간 목요일 (루카 9,7-9) (0) | 2020.09.23 |
복음 묵상 - 2020.09.23 가해 피에트렐치나의 성 비오 사제 기념일(루카 9,1-6) (0) | 2020.09.22 |
복음 묵상 - 2020.09.22 가해 연중 제25주간 화요일 (루카 8,19-21) (0) | 2020.09.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