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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묵상 -2020년

복음 묵상 - 2020.09.30 가해 성 예로니모 사제 학자 기념일 (루카 9,57-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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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에 예수님과 제자들이 길을 가는데 어떤 사람이 예수님께, “어디로 가시든지 저는 스승님을 따르겠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여우들도 굴이 있고 하늘의 새들도 보금자리가 있지만, 사람의 아들은 머리를 기댈 곳조차 없다.”
    예수님께서는 다른 사람에게 “나를 따라라.” 하고 이르셨다. 그러나 그는 “주님, 먼저 집에 가서 아버지의 장사를 지내게 허락해 주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죽은 이들의 장사는 죽은 이들이 지내도록 내버려 두고, 너는 가서 하느님의 나라를 알려라.” 하고 말씀하셨다.
    또 다른 사람이 “주님, 저는 주님을 따르겠습니다. 그러나 먼저 가족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게 허락해 주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쟁기에 손을 대고 뒤를 돌아보는 자는 하느님 나라에 합당하지 않다.”

    신학교에서는 방학을 앞두고 9일기도를 합니다. 저녁기도를 마치면서방학 9일기도 성가를 부릅니다. 성가를 부르면 ‘아~ 한 학기가 끝났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방학의 자유로움을 한껏 기대하게 됩니다. 방학이 가까워질수록 성가 소리가 점점 커집니다.

 

    이 성가의 가사중에 ‘쟁기를 잡고 자꾸 뒤돌아 보는 사람, 하늘 나라에 합당하지 않는 제자이니…’ 라는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머리 속에 방학때 하고 보낼까 하는 생각 때문에 입으로만 성가를 불렀지, 성경 구절의 의미를 그때는 제대로 생각해 보지 못했던 같습니다.


    저마다 크기는 다르겠지만, 신앙생활은결단 필요로 하는 행위입니다. 처음 신자가 때도 결단이 있어야 합니다. 유아 세례가 아니라면, 대부분 자신의 의지로 결단을 통해 믿음의 삶을 시작하기를 다짐합니다.

    신앙생활의 시작 이후에도 결단은 계속 요구됩니다. 아주 사소하게는 오늘 주일 미사를 갈지 말지도 결단을 해야 하고, 크게 마음을 먹고 자선을 실천하거나 봉사를 결정할 때도 결단이 필요합니다. 

    성직자 수도자들은 다시 인생 전체를 놓고 결단을 해야 하는 순간을 앞두기도 합니다.

 

 

 

    이 결단의 순간에 예수님께서는 ‘직진’하라고 격려하십니다. 우리의 인간적인 나약함, 인간관계 안에서 오는 복잡한 상황들, 과거에 대한 죄책감과 후회에서 자유로워지길 바라고 계십니다.


    그러고 보니 신학생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방학을 마치고 다시 신학교로 돌아오는 것도 나름대로의 작은결단이었던 같습니다. 신학교 울타리 밖에서 경험하는 다른 좋은 것들과 가치들을 뒤로하고 다시 못자리로 돌아가는 결단이었던 것이죠.

    그 작은 결단들이 모여서 서품을 받기를 원하는 결단이 가능하지 않았나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오늘도 여러가지 작은 결단들의 시간들이 주어질 것입니다. 쟁기를 꾸욱 잡고 뒤돌아 보지 않기를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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