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에 제자들이 예수님께 다가와, “하늘 나라에서는 누가 가장 큰 사람입니까?” 하고 물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어린이 하나를 불러 그들 가운데에 세우시고 이르셨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회개하여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이 어린이처럼 자신을 낮추는 이가 하늘 나라에서 가장 큰 사람이다. 또 누구든지 이런 어린이 하나를 내 이름으로 받아들이면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너희는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업신여기지 않도록 주의하여라.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하늘에서 그들의 천사들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얼굴을 늘 보고 있다.” |
제가 아는 원로 신부님께서 수녀님 몇 분과 함께 차를 타고 가시다가, 접촉 사고가 난 일이 있었습니다.
큰 사고가 아니라 다행이지만, 보험 회사 직원이 와서 사고 조사하고 렌트카 빌려 오고 하는 일이 금방 마무리 될 일이 아니죠. 시간에 맞춰 가셔야 하는 일정에 늦게 되어 발을 동동 구르고 계셨다고 합니다.
그 때 갑자기 차 한 대가 가까이 오더니만, 시간이 촉박한 신부님과 수녀님들을 태워 목적지까지 모셔다 드리겠다고 했다고 합니다. 이 운전자분이 신자이신데, 저 멀리서 수도복 입으신 분들이 사고 현장에 서 계신 걸 보고, '천사들이 무슨 일이 났나?' 생각하고 차를 세우셨다고 합니다.
이 수녀님들은 어찌 할 바를 모르는 다급한 상황에서 도움을 주신 신자분을 만나서, 자신들이 길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 천사같은 분을 만났다고 기뻐하셨습니다.
그리고 원로 신부님은, 자신이 혼자 사고 현장에 있었다면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을텐데, 천사같은 수녀님들 덕분에 눈에 잘 띄어서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고 좋아하셨습니다.
사실 그냥 신자 - 수녀님 - 신부님 사이에 일어난 평범한 일인데, 모두가 서로를 ‘천사’라고 생각하니 서로 도움을 주고 받고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었던 일인 것 같습니다.
신학적으로 ‘천사’는 하느님을 보좌하는 영적인 존재, 하느님의 뜻을 전하는 존재입니다. 지극히 종교적인 개념인데, 우리 일상 안에서 종교가 없는 사람들도 무의식적으로 쓰고 있는 말이기도 합니다.
아주 착하고 좋은 사람, 순수한 아기들 혹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천사다, 천사 같다' 라고 하죠. 예전에 삐삐를 쓰던 시절, 숫자로 마음을 전해야 하는 상황에서 연인들은 서로 [1004] 를 수도 없이 주고 받았습니다. 휴대폰 번호 뒷자리를 1004로 받으려면 통신회사의 특별한 이벤트에 당첨되거나 큰 돈을 써야지만 가능합니다.
다들 천사가 좋긴 좋은가 봅니다.
하지만 우리 신앙인들은 그냥 기분 좋은 숫자로, 듣기 좋은 말로 천사를 이용하는 수준이 되어서는 안되겠죠.
예수님 말씀처럼 우리 각자에게 우리를 보호하는 천사가 있음을 알고, 그 천사를 통해 하느님께서 그 사람을 사랑하고 계심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서로를 함부로 대하거나 성급하게 판단하지 못할 것입니다. 내 이웃에게 연결되어 있는 천사와 하느님을 생각하며 그를 받들어주고 귀하게 여길 것입니다.
내가 남에게 천사처럼 행동하고 남도 나를 천사 대하듯이 한다면 그게 뭐겠습니까? 바로 천국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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