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에 예수님께서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에게 말씀하셨다. “다른 비유를 들어 보아라. 어떤 밭 임자가 ‘포도밭을 일구어 울타리를 둘러치고 포도 확을 파고 탑을 세웠다.’ 그리고 소작인들에게 내주고 멀리 떠났다. 포도 철이 가까워지자 그는 자기 몫의 소출을 받아 오라고 소작인들에게 종들을 보냈다. 그런데 소작인들은 그들을 붙잡아 하나는 매질하고 하나는 죽이고 하나는 돌을 던져 죽이기까지 하였다. 주인이 다시 처음보다 더 많은 종을 보냈지만, 소작인들은 그들에게도 같은 짓을 하였다. 주인은 마침내 ‘내 아들이야 존중해 주겠지.’ 하며 그들에게 아들을 보냈다. 그러나 소작인들은 아들을 보자, ‘저자가 상속자다. 자, 저자를 죽여 버리고 우리가 그의 상속 재산을 차지하자.’ 하고 저희끼리 말하면서, 그를 붙잡아 포도밭 밖으로 던져 죽여 버렸다. 그러니 포도밭 주인이 와서 그 소작인들을 어떻게 하겠느냐?” “그렇게 악한 자들은 가차 없이 없애 버리고, 제때에 소출을 바치는 다른 소작인들에게 포도밭을 내줄 것입니다.” 하고 그들이 대답하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성경에서 이 말씀을 읽어 본 적이 없느냐? ‘집 짓는 이들이 내버린 돌, 그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네. 이는 주님께서 이루신 일, 우리 눈에 놀랍기만 하네.’ 그러므로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하느님께서는 너희에게서 하느님의 나라를 빼앗아, 그 소출을 내는 민족에게 주실 것이다.” |
보좌신부가 되고 첫 월급을 받아서 자전거를 샀습니다. 차 살 돈은 없으니 저렴한 걸로 하나 샀는데, 저렴했지만 첫 월급으로 산 것이라 애지중지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 한동안 온통 생각이 자전거에 몰려 있었습니다. 성당 마당에 자물쇠를 채워 묶어 놨는데, 늘상 하는 일이 자전거 잘 있나 보는 것이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보고, 미사하러 성당 가면서도 보고, 방에서 강론 쓰다가도 보고, 밤에 잠들기 전에도 보고.
돈 얼마 하지도 않는 자전거 하나에 하루종일 신경이 가 있는 저 스스로의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한편 이런 집착이 생기는 것이 무섭기도 했습니다.
내가 소유한 물질은 내 삶의 물리적 공간을 점유함은 물론이며, 우리의 정신적 영역까지 침범하기도 합니다.
욕심은 내가 올바로 보고 올바로 판단하는 것을 방해합니다. 그래서 나 스스로를 불행하게 하는 선택을 하기도 하고, 타인과의 관계를 단절하게 되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의 비유말씀에 등장하는 ‘소작인’들의 행동은 쉽게 이해되지 않습니다. 상식적으로 어떻게 저리도 뻔뻔하고 한편 멍청한가 하는 생각이 들죠.
소작인이 주인에게 소출을 바쳐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 소작인들은 이 당연한 것을 안 한 것은 물론 소출을 받으러 간 종들, 심지어 주인의 아들까지 죽입니다.
그 결과는 명백합니다. 당연히 그들의 무책임과 죄에 대한 심판을 받아야 합니다. 이 당연한 결과를 그들은 왜 생각하지 못했는가.
‘우리가 그의 상속재산을 차지하자.’라고 한 생각. 더 가지고자 하는 욕심.
이 생각 하나가 소작인들의 올바른 생각과 판단을 마비시켰습니다.
이 소작인들의 어리석음을 흉보는 것이 오늘 복음의 목적은 아닐 것입니다. 그 어리석음이 나에게도 있는것은 아닌가 되돌아 봅니다.
나는 과연 하느님께 소출을 잘 바치고 있는지를 생각해 봅니다.
나 먹고 마시고 사는 일에는 큰 돈을 고민 없이 잘 씁니다. 먹고 마시면 없어질 것들이지만 고민 없이 소비를 결정합니다.
하지만 하느님을 위해 내어 놓는 일에는 갑자기 합리적인 소비자가 되어, 온갖 계산기가 다 동원됩니다. 영원한 기쁨을 누릴 수 있는 하느님 나라를 위한 일이라는 것을 알지만, 행동이 따라가지 못합니다.
하느님께 드리는 일에 인색하지 않기를 다시 한 번 다짐해 봅니다.
새로 산 자전거가 걱정되는 것은 당연하죠. 하지만 하느님 나라를 위한 걱정도 그 만큼은 해야 되지 않겠나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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