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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묵상 -2020년

복음 묵상 - 2020.05.25 가해 부활 제7주간 월요일 (요한 16,2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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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에 제자들이 예수님께 말하였다. “이제는 드러내 놓고 이야기하시고 비유는 말씀하지 않으시는군요.
   저희는 스승님께서 모든 것을 아시고, 또 누가 스승님께 물을 필요도 없다는 것을 이제 알았습니다. 이로써 저희는 스승님께서 하느님에게서 나오셨다는 것을 믿습니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대답하셨다. “이제는 너희가 믿느냐?
   그러나 너희가 나를 혼자 버려두고 저마다 제 갈 곳으로 흩어질 때가 온다. 아니, 이미 왔다. 그러나 나는 혼자가 아니다. 아버지께서 나와 함께 계시다.
   내가 너희에게 이 말을 한 이유는, 너희가 내 안에서 평화를 얻게 하려는 것이다. 너희는 세상에서 고난을 겪을 것이다. 그러나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

   시각 벼랑(Visual Cliff) 실험이라는 심리학 연구가 있습니다. 높은 곳에 올라가면 무서워지는 공포심과 두려움이 언제 어떻게 생겨나는지를 연구하는 실험입니다. 간단히 설명 드리면, 책상 같이 약간 높은 곳에 아기를 올려두고, 책상의 가운데 부분의 상판을 없앱니다. 그러면 아기가 기어가다가 떨어질 있겠죠. 그런데 위에는 유리판이 있어서 아기가 떨어져서 다칠 위험은 없게 합니다.

    하지만 아기는 아직 유리가 투명하고 단단하다는 성질을 모릅니다. 그래서 유리판 가까이에 가면 거기가 벼랑 처럼 보이겠죠. 아래로 떨어질까봐 멈칫하고 앞으로 나가지 못합니다. 실험을 통해서 아기들은 높은 데서 떨어져 경험이 없더라도 그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고 해석할 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실험에 엄마라는 변수가 등장할 때입니다. 유리판 건너편에서 엄마가 활짝 웃으면서 아기에게 말을 걸며 엄마에게 오라고 손짓을 하면 어떻게 될까요? 엄마에게 가려면 유리판 위를 기어가야 합니다. 놀랍게도 이때 아기는 엄마를 보고 용감하게 손을 뻗어 유리판 위를 기어갑니다. 엄마에 대한 믿음, 엄마의 웃는 얼굴과 몸짓을 보고 본능적인 두려움을 아기는 이겨내는 것이죠.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들의 마음이 어땠을지 생각해 봅니다. 미천하고 모자란 처지였지만 자신을 제자로 받아주신 예수님이 감사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분의 말씀을 듣고 기적을 보면서 기뻐하고 놀라면서 예수님에 대한 믿음을 더해 갔을 겁니다. 사람들이 예수님을 따르고 칭송하는 것을 보고, 같이 어깨에 힘이 들어갔을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을 따르는 삶에는 그것만 있는 것이 아니었죠. 우리가 알다시피 예수님의 삶에는 수난과 죽음이 있습니다. 세상의 권력과 힘은 예수님을 미워했죠. 분위기를 감지한 제자들은 아마 모호했을 것입니다. 갈등했을 겁니다. 내가 분을 따르는 것이 맞는 것인가? 나도 같이 위험해 지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실제로 수난과 죽음의 순간에, 제자들은 모두 예수님에게서 돌아서서 그분을 버리고 도망쳤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미리 제자들에게 용기를 잃지 마라고 격려의 말씀을 전해주십니다. 두렵고 무섭고, 그래서 너희들이 나를 떠나겠지만, 그래도 다시 나에게 와라. 내 안에서 평화를 얻을 것이다. 라고 격려하십니다.


    우리 역시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으로서, 신앙생활을 하면서 동시에 세상의 삶을 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세상의 가치관과 예수님의 가르침 간격 사이에서 우리는 크고 작은 고민 하며 살아갑니다. 신앙생활 때문에, 예수님을 믿는 때문에, 시간을 내어야 하고 내가 가진 것을 내어야 하고, 욕심과 욕망을 절제해야 하는 것에 고민을 하는 순간들이 생기죠.

    남들은 신앙생활 하면서도 고민없이 갈등없이 사는데, 나는 괜히 해도 고민과 걱정을 하면서 사는게 아닌가, 괜히 손해보고 사는 아닌가 의심스럽고 모호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때로는 우리의 나약한 마음과 이기심으로 인해 신앙인의 모습이 아니라 세상의 이치를 선택하고 살아가기도 합니다. 


    아기가 엄마의 웃는 얼굴을 보며 용기를 내어 유리판을 건너갔을 , 엄마를 만나고 그  안에서 사랑과 평온함을 느낄 있었을 것입니다. 우리도 용기를 내어 신앙의 힘으로 모호한 상태를 극복할 , 하느님 나라를 체험 있는, 하느님을 만나는 기쁨과 평화를 얻을 있을 것입니다. 엄마가 건너편에서 웃는 얼굴로 아기를 기다리듯이, 예수님도 우리에게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 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도 용기있게 걸음 걸음을 걸어나가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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