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에 예루살렘에서 온 바리사이들과 율법 학자들이 예수님께 다가와 말하였다. “어째서 선생님의 제자들은 조상들의 전통을 어깁니까? 그들은 음식을 먹을 때에 손을 씻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군중을 가까이 불러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듣고 깨달아라.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사람을 더럽히지 않는다. 오히려 입에서 나오는 것이 사람을 더럽힌다.” 그때에 제자들이 예수님께 다가와 물었다. “바리사이들이 그 말씀을 듣고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을 아십니까?” 그러자 예수님께서 대답하셨다. “하늘의 내 아버지께서 심지 않으신 초목은 모두 뽑힐 것이다. 그들을 내버려 두어라. 그들은 눈먼 이들의 눈먼 인도자다. 눈먼 이가 눈먼 이를 인도하면 둘 다 구덩이에 빠질 것이다.” |
군 생활 할 때 힘들었던 일 중에 하나가 ‘욕’을 너무 많이 듣는 것이었습니다. 세상에 저런 욕도 있었나 싶을 정도로, 듣도 보도 못한 각종 욕들을 매일 들어야 했습니다. 제가 직접 욕을 들을 때도 괴로웠고, 다른 사람이 욕을 듣는 것을 옆에서 들어야 할 때도 힘들었습니다. 다들 쉽지 않은 군대 생활에 억지로 끌려와 힘들어서 그런 건지, 날카로운 말을 거침없이 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 말의 아름다움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던 곳이 또한 군대였습니다. 화장실에서 읽으라고 놔 둔 책이 있었는데, 거기에 ‘좋은 생각’, ‘샘터’ 같은 월간지들이 있었습니다. 특히 샘터에서 이해인 수녀님, 법정 스님, 장영희 교수님, 정채봉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말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내무실에서 욕 한 바가지 얻어먹어서 마음 상하고 나서 화장실에 쭈그리고 앉아 아름다운 말들을 읽으니, 그 차이가 확연히 느껴졌습니다. 같은 말, 같은 한국어인데 한 쪽에서는 사람을 죽이는 말을 하고 한 쪽에서는 사람을 살리는 말을 하는구나 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계급이 낮을 때는 내무실에서 책을 편하게 읽을 수 없으니, 좋은 생각이랑 샘터를 읽으려면 화장실에 가야 했습니다. 내 몸의 더러운 것을 배설하는 장소에서 오히려 아름답고 깨끗한 말로 위로를 받고 있었으니, 돌아보면 헛웃음이 나는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오늘 말씀이 참 맞는 말씀이라 생각됩니다. “오히려 입에서 나오는 것이 사람을 더럽힌다.”
말은 그 사람의 마음과 영혼, 그리고 삶의 결과물입니다. 사람의 마음과 영혼이 깨끗하고 선한 삶을 살았다면, 그 말도 마땅히 깨끗하고 선하게 나올 것입니다. 그리고 그 말은 다른 사람의 마음도 깨끗하고 선하게 만들겠죠.
반면에 겉모습만 깨끗하게 하는 일에 매달리며 마음속의 깨끗함은 생각하지 못하는 바리사이들과 율법 학자들의 어리석음을 예수님께서 지적하셨습니다.
이제 사람들이 종이 월간지를 잘 안 보죠. 그래서 ‘샘터’가 창간 50년을 앞두고 경영난으로 폐간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발행인 김성구씨가 폐간을 앞두고 괴로운 마음으로 수도원에 갔답니다. 그 곳의 신부님께서 “내 사랑하는 아들아! 내가 사랑하는 아들에게 짊어질 수 없는 십자가를 매게 하겠느냐?” 라는 말씀을 전해주셨다 합니다. 그 말씀을 듣고 힘을 다시 얻었다고 하네요.
이후에 기적적으로 독자들과 후원자들의 도움이 이어져, ‘샘터’가 폐간되지 않고 다시 발행된다고 합니다. ‘샘터’가 그 동안 사람들을 살리는 말을 전해주었는데, 이 잡지가 하느님 말씀으로 다시 살아나게 됐습니다. 참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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