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에 세례자 요한의 죽음에 관한 소식을 들으신 예수님께서는 배를 타시고 따로 외딴곳으로 물러가셨다. 그러나 여러 고을에서 그 소문을 듣고 군중이 육로로 그분을 따라나섰다. 예수님께서는 배에서 내리시어 많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시어, 그들 가운데에 있는 병자들을 고쳐 주셨다. 저녁때가 되자 제자들이 예수님께 다가와 말하였다. “여기는 외딴곳이고 시간도 이미 지났습니다. 그러니 군중을 돌려보내시어, 마을로 가서 스스로 먹을거리를 사게 하십시오.” 예수님께서 “그들을 보낼 필요가 없다.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 하고 이르시니, 제자들이 “저희는 여기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밖에 가진 것이 없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예수님께서는 “그것들을 이리 가져오너라.” 하시고는, 군중에게 풀밭에 자리를 잡으라고 지시하셨다. 그리고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손에 들고 하늘을 우러러 찬미를 드리신 다음 빵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니, 제자들이 그것을 군중에게 나누어 주었다. 사람들은 모두 배불리 먹었다. 그리고 남은 조각을 모으니 열두 광주리에 가득 찼다. 먹은 사람은 여자들과 아이들 외에 남자만도 오천 명가량이었다. |
제가 예전 강론(7월 10일)에서 이야기했던, 군 생활 할 때 부대 근처의 교구 성당에서 본 일을 말씀드리려 합니다.
작은 시골 본당이라 신자분들 대부분이 농사를 지으시는 할아버지 할머니였습니다. 본당 재정이 도시 본당처럼 넉넉하지 못했을테죠.
그런데 성당 교육관이 너무 낡아서 리모델링을 하지 않으면 사용하기가 어려울 정도가 됐습니다. 리모델링 비용을 마련하는 것이 문제죠. 그래서 기금을 마련하려고 성당에서 바자회를 개최했습니다. 본당에서 잔치를 벌려서 인근 주민들에게 음식도 팔고 물건도 팔아서 수익금을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워낙 작은 시골마을이라 수익금이 그렇게 많지 않았습니다. 천 몇 백 만원 정도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공사 금액에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만 해도 잘 했다고 신자분들이 감사해하고 있었습니다.
이 때, 주임신부님께서 갑자기 제안을 하셨습니다. 본인의 본당 운영 원칙이 있는데, 그것은 본당에서 어떤 수익을 얻으면 그 10분의 1을 우리보다 더 어려운 곳에 보낸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바자회 수익금을 도움이 필요한 곳에 보내자고 제안하셨습니다.
신자들은 펄쩍 뛰었습니다. 우리 성당 만큼 가난하고 어려운데가 어디있다고, 그리고 얼마 되지도 않은 수익에 10분의 1을 또 떼어내면 우리는 뭘로 리모델링 하냐고 반대를 했습니다. 충분히 납득이 가는 반대죠.
하지만 신부님은 이 부분에 있어서는 완강했습니다. 우리가 베풀지 않으면서 남들에게 베풀라고 할 수 있겠느냐 하시며, 반대를 무릅쓰고 본인의 뜻을 강행하셨습니다.
그래서 그 당시 IMF로 인해 실직자와 노숙자가 많았을 때, 명동성당 노숙자 무료급식소에 100만원 정도를 보냈습니다.
몇 달 뒤, 우리나라에 큰 태풍이 왔습니다. 이 성당이 있는 강원도에 큰 피해를 입혔습니다.
성당도 피해를 입었습니다. 성당 지붕 일부분이 날아가버린 겁니다. 신자들은 망연자실했죠. 교육관 리모델링도 못하고 있는데, 비 새는 성전 앞에서 정말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이 때 갑자기 생각지도 않은 피해 복구 성금이 이 성당으로 들어왔습니다. 바로 명동성당에서 보낸 것이었습니다. 명동성당에서 태풍으로 피해를 입은 성당을 돕기 위한 2차헌금을 해서 보내는데, 지난 해 노숙자 쉼터에 도움을 준 이 시골성당에 지원금을 제일 먼저 보낸 것이었습니다. 시골성당에서 보낸 돈은 100만원 남짓이었는데, 돌아온 성금은 수천만원, 큰 돈이었습니다.
신자들은 그제서야 신부님의 생각이 옳았음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신부님은 덤덤하셨죠. 예수님 하신대로 따라한 것 뿐이라고 하시면서요.
저는 이 때 이 성당을 오고 가면서 현장을 제 두 눈으로 똑똑히 봤습니다. 그리고 머리 속에 오늘 복음 말씀, ‘오병이어의 기적’이 떠올랐습니다.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 이 작은 것을 것을 먼저 내어 놓았을 때, 모든 사람이 풍성하게 먹고도 남았던 사건. 이게 성경에 적혀 있는 옛날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내 눈 앞에서 일어나는구나. 예수님만 하는 기적이 아니라, 지금 교회 공동체가 할 수 있는 일이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며칠 전 기회가 되어 이 성당을 다시 찾았습니다. 성당을 둘러보니 거의 20년이 지난 일이 다시 떠오르면서, 저 개인적으로는 성지순례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기적이 따로 있습니까. 세상의 논리가 아니라 예수님 말씀대로 살아서 풍요로워 지는 것, 이것이 기적이죠.
성지가 따로 있습니까. 세상의 논리가 아니라 예수님 말씀대로 사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 거기가 성지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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