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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묵상 -2020년

복음 묵상 - 2020.05.21 가해 부활 제6주간 목요일 (요한 16,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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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조금 있으면 너희는 나를 더 이상 보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다시 조금 더 있으면 나를 보게 될 것이다.”
    그러자 제자들 가운데 몇 사람이 서로 말하였다. “‘조금 있으면 너희는 나를 보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다시 조금 더 있으면 나를 보게 될 것이다.’ 또 ‘내가 아버지께 가기 때문이다.’ 하고 우리에게 말씀하시는데, 그것이 무슨 뜻일까?”
    그들은 또 “‘조금 있으면’이라고 말씀하시는데, 그것이 무슨 뜻일까? 무슨 이야기를 하시는지 알 수가 없군.” 하고 말하였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이 묻고 싶어 하는 것을 아시고 그들에게 이르셨다. “‘조금 있으면 너희는 나를 보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다시 조금 더 있으면 나를 보게 될 것이다.’ 하고 내가 말한 것을 가지고 서로 묻고 있느냐?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는 울며 애통해하겠지만 세상은 기뻐할 것이다. 너희가 근심하겠지만, 그러나 너희의 근심은 기쁨으로 바뀔 것이다.”

    요즘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군 복무를 할 때는 모든 군인들이 자기 수첩에 있는 작은 달력에, 날짜가 하루 지나면 그날 숫자에 'X' 표시를 했습니다. 그러면서 제대하는 날이 며칠 남았는지 매일 계산을 했더랬습니다.

    이등병이 그렇게 자기 수첩 달력에 체크를 하고 있으면, 병장들이 와서 이등병의 눈을 가리고는, '뭐가 보이느냐?' 하고 물어봅니다. 그러면 이등병은 '아무것도 안 보입니다. 깜깜합니다.' 라고 대답하죠. 그러면 병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게 너의 남은 군생활이야. 앞이 안보이지.'

    물론 농담이지만, 이등병 때는 진담으로 들리죠. 제대할 날이 정말 까마득하게 멉니다. 그래도 달력에 부지런히 "X" 표시를 합니다. 그런다고 해서 시간이 빨리 가는 것도 아니고 전역 날짜가 앞당겨지는 것도 아닌데, 왜 그랬나 싶기도 합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렇게 하루 하루 전역 날짜가 가까워진다는 그 "희망"을 갖고 싶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아이고... 아직 까마득하구나...' 하는 생각만 하면 매 순간 괴롭기 그지없지만, '아이고... 그래도 오늘 하루 또 X 표시를 하네, 조금만 더 버티자, 제대가 가까워진다.' 라고 생각하면 그나마 좀 위로가 됐던 것 같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수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에 대해서 제자들에게 미리 말씀해 주십니다. 예수님도 사랑하는 제자들과의 이별에 마음이 아프셨는지, 에둘러 표현을 하십니다. 당신의 죽음을 '나를 더 이상 보지 못할 것이다' 라고, 그리고 부활을 '나를 보게 될 것이다.' 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오늘 예수님 말씀에는 죽음과 부활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강조하시고, 또 제자들도 궁금해하는 또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조금 있으면' 이라는 말씀입니다.

    예수님께서 수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셨다면, 제자들은 불안했을 겁니다. 수난과 죽음은 구체적입니다. 예수님이 피땀 흘리시고 매맞으시고 십자가를 지시는 모습, 그 위에서 돌아가시는 모습은 제자들 눈에 보이는 선명한 현실입니다.

    하지만 부활은 제자들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입니다. 그러니 예수님이 부활을 예고를 하셔도 그 말을 믿을 수 없고 이해할 수도 없었습니다. 언제 부활하실지도 모를 일입니다. 제자들에게 부활은 모호하고 흐릿한 말씀으로 들렸을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조금 있으면' 이라는 말씀으로 제자들을 위로하시고 안심시키십니다. 

 

"나의 수난과 죽음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라서

너희들이 그것을 보고 두려워하고 절망할 것이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너희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부활을 통해

내가 기쁨과 평화를 줄 것이다.

 

그것이 언제냐 하면 '조금 있으면' 이다.

'조금만 있으면' 되니까,

절망과 슬픔에 빠져서 살지 말고,

불안해하고 초조해하지 말아라.

희망을 가지고 용기를 가지고,

인내하여 조금만 기다려라.

내가 부활해서 다시 기쁨을 줄 것이다.'

 

    '조금 있으면' 이라는 말씀은,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희망이고 격려이고, 인내하고 힘내라는 응원의 말씀으로 저에게 다가옵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정말 부활하셔서 그 '조금 있으면' 이라는 말씀이 헛된 희망과 기대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주셨습니다.

 


    우리는 여러 가지 힘들고 어려운 상황들을 마주하고 살아갑니다. 직장생활이나 가정생활에서의 사소한 어려움도 있고, 인생의 큰 좌절과 난관에 부딪히기도 합니다. 그 고통과 절망에서 벗어날 희망이 보이지 않아서 내 삶이 괴롭고 버겁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이 때 그 절망과 고통에 나 스스로를 머물게 한다면 어려움은 더 커질 것입니다.

    이 순간에 우리는 오늘 예수님이 알려주신 '조금 있으면'을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그 고통과 어려움이 영원한 것이 아니라, 조금 있으면 그것을 극복하고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며, 오늘 하루를 성실히 살아갑시다. 하느님의 은총과 예수님의 사랑에 의지하면서, 조금 있으면 기쁨이 나에게 올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살아갑시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부활의 기쁨을 우리에게도 반드시 주실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실제로, 군 복무 중에 복무 기간이 단축되어서 21일 일찍 제대할 수 있었습니다.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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