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이제 나는 나를 보내신 분께 간다. 그런데도 ‘어디로 가십니까?’ 하고 묻는 사람이 너희 가운데 아무도 없다. 오히려 내가 이 말을 하였기 때문에 너희 마음에 근심이 가득 찼다. 그러나 너희에게 진실을 말하는데, 내가 떠나는 것이 너희에게 이롭다. 내가 떠나지 않으면 보호자께서 너희에게 오지 않으신다. 그러나 내가 가면 그분을 너희에게 보내겠다. 보호자께서 오시면 죄와 의로움과 심판에 관한 세상의 그릇된 생각을 밝히실 것이다. 그들이 죄에 관하여 잘못 생각하는 것은 나를 믿지 않기 때문이고, 그들이 의로움에 관하여 잘못 생각하는 것은 내가 아버지께 가고 너희가 더 이상 나를 보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며, 그들이 심판에 관하여 잘못 생각하는 것은 이 세상의 우두머리가 이미 심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
통신 시설이 발달하고 사람들 사이의 소통이 예전보다 훨씬 쉽고 빨라졌습니다. 정보가 전달되는 속도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빨라졌죠.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일을 몇 초 뒤에 내 손바닥 위에서 볼 수 있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편해지고 빨라진다고 해서 그것이 정확하고 진실에 가까워지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오히려 잘못된 정보와 거짓된 내용이 사람들에게 더 빨리 확산되고 있는 시대가 된 것 같습니다.
어제는 5.18 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일이었습니다. 40년 전 그 당시 현장에 있었던 광주 시민들은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을 지금도 기억하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18은 북한 간첩이 일으킨 사건이다.’, ‘발포명령이 없었다’는 거짓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들의 주장이 카톡으로, 유튜브로 빠르게 확산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지고 있습니다. 지금 현행법상으로 이런 일들을 금지하거나 처벌 할 수 있는 근거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자기들이 합법적이며, 따라서 올바르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광주 시민들이 간첩이고 폭도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죄’와 ‘의로움’, 그리고 ‘심판’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는 이 세상의 현상을 지적하십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지금 우리 사회에서도 거짓을 믿고 불의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당당하게 자기는 죄가 없다, 자기는 정의롭다, 자기는 합법적이다 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자기 이익과 권력에 대한 집착에 눈이 멀어있고, 옳고 그름에 대한 섬세한 판단 없이, 세상의 논리에만 몰두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죄와 의로움과 심판에 대해 잘못 생각게 됩니다. 예수님 시대의 일이 지금도 여전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예수님에 대한 믿음이 없는 사람들은 자기가 죄를 지어도 죄인임을 인식하지 못합니다.
예수님을 보지 않는 사람들은 나쁜 일을 하면서도 자기가 의로운 일을 한다고 착각합니다.
불완전한 인간이 만든 법은 이 세상을 완전하고 올바르게 심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인간의 모습은 이렇게 불완전하기 때문에, 세상의 이치와 논리에 휩쓸려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 말씀대로 우리에게는 보호자 성령이 필요합니다.
성령은 하느님의 숨결, 하느님의 구체적인 개입입니다. 우리는 성령의 도우심을 받아서, 하느님나라의 원칙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세상을 변화시켜야 합니다. 예수님을 알고 하느님 나라를 바라보며 성령의 도움을 받는 우리 신앙인의 시선과 행동은 달라야 하겠습니다.
우리는 희생당한 사람들에게 연민을 느끼며,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해 공감하고 연대해야 합니다. 사건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이루어져서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에 처벌이 이루어지도록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재발을 방지하고 피해를 받은 분들을 돕기 위한 제도가 마련되도록 힘써야 합니다.
이는 단지 5.18과 관련해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이웃들을 바라볼 때, 나와 이웃들 사이에 일어나는 일들을 바라보고 생각하고 행동할 때 우리는 성령의 도우심을 받아서 지혜롭고 따뜻하고 열정적인 시선과 마음을 가져야 되겠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내려주시는 성령의 도움으로 오늘 우리의 시선 우리의 마음이 성령의 인도하심 안에서 이루어질 수 있기를 함께 기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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