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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묵상 -2020년

복음 묵상 - 2020.06.24 가해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 (루카 1,57-6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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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사벳은 해산달이 차서 아들을 낳았다.
    이웃과 친척들은 주님께서 엘리사벳에게 큰 자비를 베푸셨다는 것을 듣고, 그와 함께 기뻐하였다.
    여드레째 되는 날, 그들은 아기의 할례식에 갔다가 아버지의 이름을 따서 아기를 즈카르야라고 부르려 하였다.
    그러나 아기 어머니는 “안 됩니다. 요한이라고 불러야 합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들은 “당신의 친척 가운데에는 그런 이름을 가진 이가 없습니다.” 하며,
    그 아버지에게 아기의 이름을 무엇이라 하겠느냐고 손짓으로 물었다.
    즈카르야는 글 쓰는 판을 달라고 하여 ‘그의 이름은 요한’이라고 썼다. 그러자 모두 놀라워하였다.
    그때에 즈카르야는 즉시 입이 열리고 혀가 풀려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하느님을 찬미하였다.
    그리하여 이웃이 모두 두려움에 휩싸였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이 유다의 온 산악 지방에서 화제가 되었다.
    소문을 들은 이들은 모두 그것을 마음에 새기며, “이 아기가 대체 무엇이 될 것인가?” 하고 말하였다. 정녕 주님의 손길이 그를 보살피고 계셨던 것이다.
    아기는 자라면서 정신도 굳세어졌다. 그리고 그는 이스라엘 백성 앞에 나타날 때까지 광야에서 살았다.

    신학생 때, 신학교에서 영화촬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신학교 성당과 주변 건물이 고풍스러워서 영화 촬영장소로 종종 사용되곤 했었습니다. 그 때 엑스트라로 출연도 했었더랬습니다. (13시간 촬영해서 영화에 5초 정도 나온…)

    제가 잘났거나 연기를 배워서 영화에 출연한 건 아니죠. 그저 그 건물에 살았던 사람이고, 그 때 전교생이 다 엑스트라로 동원됐기 때문에 그저 출연을 ‘당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이 경험은 저에게 아주 오랫동안 자랑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주변에 어떤 사람이 영화배우나 연예인을 직접 봤다고 하면, 저는 ‘야, 내가 연예인 OOO랑 같이 영화를 찍어 봤는데 말이야…’ 하고 자랑합니다. 혹은 영화나 드라마를 주제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야, 내가 조연배우를 직접 해 보니까 말이야…’ 하고 자랑합니다. 듣는 분들이 ‘오오~ 진짜?’ 하고 리액션 한 번 해 주시면, 그 때 부터 이야기가 줄줄 나옵니다.

    제가 뭔가를 잘 해서 영화 촬영한 것도 아닌데 이런 자랑이 거의 자동으로 나왔습니다. 게다가 무려 16년 전에 했던 일인데 말입니다. 이런 저 자신을 되돌아 보면서 느꼈습니다.아… 겸손하기가 정말 어렵구나.’ 라고요. 


    오늘 대축일을 보내는 세례자 요한의 삶을 묵상해보면, 가장 크게 떠오르는 단어는겸손”입니다.

 

    사실 세례자 요한은 예수님이 오시기 전에 큰 인기를 누리고 영향력이 있었던 인물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세례자 요한이 시작한세례운동’에 열광했습니다.

    예수님 시대에 사람들이 죄를 용서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성전에 가서 사제에 제물을 바치고 제사를 지내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을 하려면 많은 돈으로 제물을 사야 하고 성전에 있는 예루살렘까지 가야 하죠. 그래서 가난한 민중들에게는 죄를 용서 받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이 구조를 거부하고 누구나 회개하고 물로 씻는 예식을 하면 죄를 용서받을 수 있다고 선포했습니다. 민중들에게는 획기적인 이야기입니다. 게다가 광야에서 홀로 지내며 고행을 하는 세례자 요한의 모습은 사람들을 매료시켰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세례자 요한의 제자가 되었습니다. 헤로데 임금도 세례자 요한의 말에 눈치를 볼 정도로 그 영향력이 막강했습니다.

 

    더 유명해지고 더 존경받을 수 있는 위치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세례자 요한은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잘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세례자 요한에게 주어진 사명은 오시는 예수님의 길을 준비하고 그분을 미리 보여드리는 역할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 그의 탁월한 겸손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리기에도 합당하지 않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세례자 요한, 루브르 박물관

 

    그리고 루카 복음사가는 세례자 요한의 이 겸손함을 더 잘 보여주기 위해, 오늘 복음에서 그의 탄생 이야기를 알려줍니다. 세례자 요한은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는 가문의 이름 ‘즈카르야’가 아닌, 하느님의 뜻에 순명하는 ‘요한’이라는 이름을 받았습니다. 이름에서부터 세례자 요한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하느님을 드러낸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을 예수님께로 향하게 하는 삶, 나를 통해 예수님을 볼 수 있게 하는 삶은겸손한 마음과 행동'이라는 것을 세례자 요한을 통해 다시금 마음에 새겨봅니다. 나를 드러내기 보다 예수님께 영광을 드리고자 다짐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내가 예수님 덕분에 영화 촬영도 한 번 해 봤네!” 하고 생각하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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