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 안식일에 어떤 회당에서 가르치고 계셨다. 마침 그곳에 열여덟 해 동안이나 병마에 시달리는 여자가 있었다. 그는 허리가 굽어 몸을 조금도 펼 수가 없었다. 예수님께서는 그 여자를 보시고 가까이 부르시어, “여인아, 너는 병에서 풀려났다.” 하시고, 그 여자에게 손을 얹으셨다. 그러자 그 여자가 즉시 똑바로 일어서서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그런데 회당장은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병을 고쳐 주셨으므로 분개하여 군중에게 말하였다. “일하는 날이 엿새나 있습니다. 그러니 그 엿새 동안에 와서 치료를 받으십시오. 안식일에는 안 됩니다.” 그러자 주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위선자들아, 너희는 저마다 안식일에도 자기 소나 나귀를 구유에서 풀어 물을 먹이러 끌고 가지 않느냐? 그렇다면 아브라함의 딸인 이 여자를 사탄이 무려 열여덟 해 동안이나 묶어 놓았는데, 안식일일지라도 그 속박에서 풀어 주어야 하지 않느냐?”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니 그분의 적대자들은 모두 망신을 당하였다. 그러나 군중은 모두 그분께서 하신 그 모든 영광스러운 일을 두고 기뻐하였다. |
신학생 때 30일 피정을 마친 후, 피정 지도 신부님께서 마무리 강론을 하신 내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여러분들이 피정을 잘 하고 이제 깨끗한 몸과 마음이 되어 돌아갑니다. 그런데 악마들은 성령으로 가득찬 여러분들의 모습이 너무 맘에 안듭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을 방해하고자 어제 악마 대장이 긴급대책회의를 소집했다고 합니다. 대장이 부하 악마들에게, 여러분이 받은 은총을 뺏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여 발표하라고 지시했습니다.
1번 악마가 '요즘 신학생들은 컴퓨터, 휴대폰 이런 것들에 마음이 잘 뺐깁니다. 이걸 이용해야 합니다!' 라고 주장했습니다. 대장이 들어보니 그럴듯 했습니다. 하지만 신학생들이 피정기간 동안 컴퓨터 휴대폰 없이 잘 살았기 때문에, 이 방법은 확실하지 않았습니다.
2번 악마가 '뭐니뭐니해도 이성의 유혹 아니겠습니까? 고전적인 방법으로 갑시다!' 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신학생들이 피정기간 동안 대침묵을 잘 지키며 살았으니 이 방법 또한 확실하지 않았습니다.
3번 악마가 씨익 웃으면서 한마디 툭 던졌습니다. '차차차!'
대장이 '뭐? 이놈아? 그건 노래 제목이잖아?' 라고 화를 냅니다. 3번 악마가 대답합니다.
'어렵게 할 필요 없고, 신학생들한테 '차차차'라고 말만 하면 됩니다.
기도? 차차 하면 돼, 선행? 차차 하면 돼, 묵상? 차차 하면 돼, 성체조배? 차차 하면돼...
차차 하라고 해서 차차 미루면, 영영 안 하게 됩니다.'
대장 악마가 씨익 웃으면서 이 의견을 채택했다고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회당장이 한 말을 보면서 이 이야기가 생각 났습니다.
“일하는 날이 엿새나 있습니다. 그러니 그 엿새 동안에 와서 치료를 받으십시오. 안식일에는 안 됩니다.”
과연 이 회당장은 자기가 말한 그 엿새 사이에 18년간 병을 앓고 있던 이 여인을 도와주었을까요? 오늘 회당장이 말 하는 본새를 보니 그럴 인물은 아니었을 겁니다. 그 엿새 동안 '엿새나 있으니' 라고 하면서 오늘 안 하고 내일 안하고... 그렇게 차차 미뤄 왔을 겁니다. 그것이 18년이 간 것 아니겠습니까?
하느님의 뜻을 실천 하는 일에, 사람을 살리고 돕는 일에는 다른 것을 이유로 주저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예수님께서 오늘 보여주셨습니다. 다른 것들을 핑계대며 미루다 보면 한도 끝도 없이 미루게 되어 결국에는 아무것도 못하게 됩니다.
'차차차'의 유혹을 이겨냅시다!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에게 어울리는 것은 '지금 즉시!'입니다.
'지금 즉시'를 늘 마음에 두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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