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새겨들어라. 누구든지 하늘 나라에 관한 말을 듣고 깨닫지 못하면, 악한 자가 와서 그 마음에 뿌려진 것을 빼앗아 간다. 길에 뿌려진 씨는 바로 그러한 사람이다. 돌밭에 뿌려진 씨는 이러한 사람이다. 그는 말씀을 들으면 곧 기쁘게 받는다. 그러나 그 사람 안에 뿌리가 없어서 오래가지 못한다. 그래서 말씀 때문에 환난이나 박해가 일어나면 그는 곧 걸려 넘어지고 만다. 가시덤불 속에 뿌려진 씨는 이러한 사람이다. 그는 말씀을 듣기는 하지만, 세상 걱정과 재물의 유혹이 그 말씀의 숨을 막아 버려 열매를 맺지 못한다. 좋은 땅에 뿌려진 씨는 이러한 사람이다. 그는 말씀을 듣고 깨닫는다. 그런 사람은 열매를 맺는데, 어떤 사람은 백 배, 어떤 사람은 예순 배, 어떤 사람은 서른 배를 낸다.” |
씨앗을 땅에 심고 자라게 하는데에 꼭 필요한 것들이 있습니다. 우선 적당한 양분을 품은 땅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적당한 햇빛과 물이 필요합니다.
그 다음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시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좋은 땅과 햇빛과 물이 있어도 씨앗이 단숨에 자라지는 않습니다. 세포가 분열하고 조직이 자라나는데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오늘 예수님의 비유 말씀에 나온 여러가지 땅의 상태는 씨앗이 땅에 머무는 ‘시간’의 차이와 같은 맥락인 것 같습니다.
길에 뿌려진 씨는 땅에 제대로 머물지도 못하고 빼앗깁니다. 돌밭에 뿌려진 씨는 잠시 머물지만 뿌리가 없어서 오래가지 못합니다. 가시덤불 속에 뿌려진 씨는 약간 더 머물지만 숨이 막혀 더 이상 오래가지 못합니다.
좋은 땅에 뿌려져 열매를 맺는 씨는 땅에 오래 머물러 있는 씨앗입니다. 비유에 대한 예수님의 설명을 적용해 보면,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그 말씀의 씨앗을 오래 품고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말씀의 씨앗을 내 마음에 머물게 할 시간을 쉽게 내어주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하느님 말씀 말고도 볼 것 들을 것이 너무나도 많아서 거기에 시간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볼 것과 들을 것이 많지 않았고 접근하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휴대폰 앱 터치 한 번만 하면, 과장된 표현이 아닌 수 천 만개 이상의 들을 거리 볼 거리에 접속할 수 있습니다. 너무 재미나고 신기한 것들이 매일 새롭게 나옵니다. 넋 놓고 보고 있으면 몇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리고 자려고 누워서도 한참을 들여다 봅니다. 심심할 틈이 없고 지루할 틈이 없는 세상입니다.
그런데 그만큼 말씀에 머무는 시간은 없어지는 것 같습니다. 말씀은 미사 참석해서 한 번 듣고 흘려버리고, 매일미사 책 한 번 훝어보고 지나가 버리게 됩니다.
묵상글을 쓰는 저 자신도, 글을 쓰기 위해 컴퓨터를 켜 놓고는 클릭 한 번으로 다른 것을 보게 됩니다. 말씀에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흥미로운 것에 시간을 또 흘려보내 버립니다.
발달된 문명과 도구들이 내 삶을 편리하게 해 주지만, 이것이 지금 이 시대에 내 마음을 길바닥, 돌밭, 가시덤불로 만드는 것들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가끔은 전원을 내리고 스위치를 OFF 하고, 말씀에 대한 마음을 ON 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말씀이 좀 더 내 마음 속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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