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에 예수님께서는 고을과 마을을 두루 다니시며,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시고 그 복음을 전하셨다. 열두 제자도 그분과 함께 다녔다. 악령과 병에 시달리다 낫게 된 몇몇 여자도 그들과 함께 있었는데, 일곱 마귀가 떨어져 나간 막달레나라고 하는 마리아, 헤로데의 집사 쿠자스의 아내 요안나, 수산나였다. 그리고 다른 여자들도 많이 있었다. 그들은 자기들의 재산으로 예수님의 일행에게 시중을 들었다. |
군대에서 가장 중요한 물품이 무엇일까요? 군대라고 하니, 총이나 탄약 같은 무기류가 가장 중요하지 않나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답이 아닙니다.
정답은 ‘식량’ 입니다. 그래서 (군필자들은 아시겠지만) 군대에서 첫 번째로 중요하게 취급되는 물품 즉 ‘1종’은 식량입니다. 이 물품을 관리하는 ‘행정보급관’의 권한과 책임은 막강하죠.
무기는 전투를 할 때 사용되는 것이죠. 전투를 기다릴 때, 전투를 하러 가는 동안에는 잘 안 씁니다.
하지만 밥은 늘 먹어야 합니다. 전투를 안 할 때 밥을 안 먹으면, 전투를 해야 할 때 할 수가 없죠. 무기도 소용 없고 훈련한 것도 소용 없게 됩니다.
또한 밥을 먹는 것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 식량을 보관하고 이동시키고 조리하고 배급하는 것 또한 아주 중요합니다. 수 천 수 만의 사람이 출전하는 전쟁에서, 그 많은 사람들의 식량을 공급하는 것은 전투 이상으로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전쟁의 역사는 전투식량 보급의 여부에 따라 결과가 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의 복음 선포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전반적인 설명이 나옵니다.
예수님은 한 곳에 머무시지 않고 여러 마을을 다니셨습니다. 이동이 많았다는 말이죠.
그리고 혼자 하시지 않고 열두 제자와 함께 하셨습니다. 인원도 많았다는 말이죠.
그리고 예수님 공동체를 위해 시중을 들었던 여인들도 있었습니다.
‘시중을 들었다’고 하니, 얼핏 생각하면 여인들의 역할은 허드렛일이나 소일거리 정도만 했던게 아닌가 하고 섵부르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식량 보급’ 인 것 처럼, 예수님의 복음 선포에도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먹는 것’이었을 거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많은 인원이 여러 마을을 두루 다니셨으니, 이들을 배불리 먹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겁니다.
따라서 이 일을 맡았던 여인들의 역할은 사실 복음 선포를 가능하게 한 가장 중요한 일이었던 겁니다! 게다가 이들은 자신의 재산을 써서 이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자신들의 물질적, 신체적 희생을 감수하고 있었던 것이죠.
이 여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은 저의 막연한 추론이 아닙니다. 오늘 복음에 누구 이름이 나오는지 보십시오. 제자들은 그냥 ‘열 두 제자’로 퉁쳐서 나오죠. 하지만 여인들은 그 이름과 그들에 대한 소개가 자세히 나옵니다. 복음서를 쓴 저자도 이 여인들의 중요성을 알고 드러낸 것입니다.
이 여인들의 헌신적인 봉헌과 희생으로 예수님과 제자들의 복음 선포가 가능했음을, 오늘 짧은 복음 말씀 안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말씀은 짧지만 여인들의 행동은 참 위대한 것 같습니다.
오늘날도 이 여인들처럼, 많은 신자분들의 봉헌과 희생으로 우리 교회가 유지되고 있고 복음선포가 실현되고 있습니다. 저 또한 그 분들 덕분에 살고 있는 사람이죠.
자고로 밥 먹었으면 밥값은 해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의 봉헌과 희생이 복음선포의 열매로 맺어지도록 열심히 살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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