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에 예수님께서 하늘을 향하여 눈을 들어 기도하셨다. “거룩하신 아버지, 저는 이들만이 아니라 이들의 말을 듣고 저를 믿는 이들을 위해서도 빕니다. 그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아버지, 아버지께서 제 안에 계시고 제가 아버지 안에 있듯이, 그들도 우리 안에 있게 해 주십시오. 그리하여 아버지께서 저를 보내셨다는 것을 세상이 믿게 하십시오. 아버지께서 저에게 주신 영광을 저도 그들에게 주었습니다. 우리가 하나인 것처럼 그들도 하나가 되게 하려는 것입니다. 저는 그들 안에 있고 아버지께서는 제 안에 계십니다. 이는 그들이 완전히 하나가 되게 하려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버지께서 저를 보내시고, 또 저를 사랑하셨듯이 그들도 사랑하셨다는 것을 세상이 알게 하려는 것입니다. 아버지, 아버지께서 저에게 주신 이들도 제가 있는 곳에 저와 함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세상 창조 이전부터 아버지께서 저를 사랑하시어 저에게 주신 영광을 그들도 보게 되기를 바랍니다. 의로우신 아버지, 세상은 아버지를 알지 못하였지만 저는 아버지를 알고 있었습니다. 그들도 아버지께서 저를 보내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들에게 아버지의 이름을 알려 주었고 앞으로도 알려 주겠습니다. 아버지께서 저를 사랑하신 그 사랑이 그들 안에 있고 저도 그들 안에 있게 하려는 것입니다.” |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 가면 킬링필드 Killing Field 라는 유명한 곳이 있습니다. 사실 악명높은 곳이죠. 이 곳은 1975년에서 1979년 사이, 당시 군부 독재 정권이 민간인 220만 명을 학살한 곳입니다. 그 장소에 추모 센터를 만들어서 사람들이 그 비극을 기억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할 수 있도록 해 놓았습니다. 당시에 사람들을 수용하고 처형했던 장소와 도구들, 그리고 희생자들의 유골이 그대로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 비극이 외부에 알려지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유크 창(Youk Chhang)교수 입니다. 유크 창은 학살이 있었던 당시에 14살이었습니다. 가족들이 모두 붙잡혀서 수용소로 끌려가 처형을 당하는 와중에, 유크 창은 그나마 움직일 힘이 있었고 몸집이 작고 빨라서, 목숨을 걸고 수용소에서 탈출을 시도합니다.
그는 탈출을 하는 중에 다시 붙잡힐 위기도 겪고, 배고픔과 탈진으로 죽을 위험에 다다르기도 했습니다. 그 때마다 그가 생각했던 것이 어머니의 기도였다고 합니다. 유크 창은 이렇게 회고합니다. “모든 어머니의 기도는 신성하다. 어머니는 어떤 이익을 위해서 기도하지 않는다. 오직 자식을 위한 순수한 사랑으로 기도한다. 그래서 그 기도는 거룩하다.”
그는 어머니의 기도를 생각하면서 ‘내가 죽으면 안된다. 내가 살아야 어머니의 기도를 들어드릴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죽음의 위험을 버티고 견뎌냈다고 합니다.
이번 주간 복음 말씀은 예수님께서 하느님께 바치는 기도로 계속 이어집니다. 예수님은 당신이 제자들을 얼마나 사랑하시는지를 이 기도를 통해 보여주십니다. 사랑하는 제자들이 믿음을 잃지 않고 용기를 내도록, 그리고 시련과 고통 속에서도 기쁨을 잃지 않기를 바라며 하느님께 기도하십니다. 좀 쉽게 표현하면, ‘하느님, 절 봐서라도 우리 제자들 좀 잘 챙겨 주십시오.’ 라고 기도하시는 것 같습니다.
예수님의 이런 기도에도 불구하고, 나약했던 제자들은 예수님이 수난당하실 때 모두 믿음을 잃고 예수님을 떠납니다. 그리고 두려움과 슬픔에 빠집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부활을 체험한 후에는 모두 예수님 기도대로 이루어집니다. 모두 하나가 되어 빵을 나누며 기쁨의 공동체를 만들고, 목숨을 잃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예수님께 대한 믿음을 굳건히 지켜냅니다.
기도에 어떤 효과가 있는지 과학적으로 밝혀진 것은 없습니다. 그래서 기도는 그저 나약한 인간이 자기가 바라는 것을 헛된 대상에게 표현하는 행동일 뿐이라고 분석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네,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를 위해 기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고, 그 기도를 하는 사람을 생각하면 내가 힘과 용기를 얻고 사랑을 느낄 수 있다는 것도 분명합니다. 유크 창의 어머니의 기도가 그의 탈출에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가 어머니의 기도를 생각하면서 죽음의 위기를 견디고 살아 남은 것은 사실인 것처럼 말입니다.
예수님은 우리를 위해 기도하십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마음을 닮은 나의 가족, 친구, 이웃들도 나를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 기도의 마음을 생각하면 우리는 좀 더 기쁘게, 아름답게 살 수 있을 것입니다. 힘든 일을 겪고 있다면 그것을 이겨낼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예수님의 기도를 통해, 그리고 나를 위해 기도해 주시는 분들의 마음을 통해 기쁘게 살아갈 수 있는 오늘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나 역시 누군가를 위해 기도 해 줄 수 있다면, 오늘은 내가 그 사람에게 예수님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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