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 겐네사렛 호숫가에 서 계시고, 군중은 그분께 몰려들어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있을 때였다. 그분께서는 호숫가에 대어 놓은 배 두 척을 보셨다. 어부들은 거기에서 내려 그물을 씻고 있었다. 예수님께서는 그 두 배 가운데 시몬의 배에 오르시어 그에게 뭍에서 조금 저어 나가 달라고 부탁하신 다음, 그 배에 앉으시어 군중을 가르치셨다. 예수님께서 말씀을 마치시고 나서 시몬에게 이르셨다.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 시몬이 “스승님, 저희가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스승님의 말씀대로 제가 그물을 내리겠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자 그들은 그물이 찢어질 만큼 매우 많은 물고기를 잡게 되었다. 그래서 다른 배에 있는 동료들에게 손짓하여 와서 도와 달라고 하였다. 동료들이 와서 고기를 두 배에 가득 채우니 배가 가라앉을 지경이 되었다. 시몬 베드로가 그것을 보고 예수님의 무릎 앞에 엎드려 말하였다. “주님,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저는 죄 많은 사람입니다.” 사실 베드로도, 그와 함께 있던 이들도 모두 자기들이 잡은 그 많은 고기를 보고 몹시 놀랐던 것이다. 시몬의 동업자인 제베대오의 두 아들 야고보와 요한도 그러하였다. 예수님께서 시몬에게 이르셨다.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 그들은 배를 저어다 뭍에 대어 놓은 다음,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 |
TV에서 하는 ‘생활의 달인’ 이나 ‘극한 직업’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 여러 종류의 직업에서 그야말로 도가 트인 분들의 엄청난 능력들을 볼 수 있습니다.
한 번은 제주도 해녀 분들에 대한 방송편을 본 적이 있는데요, 이 분들이 바다 속으로 들어가서 오랫동안 잠수하는 기술은 그냥 기본이었습니다. 해산물이 많은 곳을 찾아내는 기술이 더 놀라웠습니다. 우리가 보기에는 다 똑같은 바다인데, 이 분들은 바다를 딱 보시고는, 어느 계절에 파도가 어떻게 치면 어느 곳에 해산물들이 많다는 것을 귀신같이 아시더라구요.
생업을 위해 거의 평생을 일 하신 분들의 그 경험과 감각에서 나오는 지혜가 대단해 보였습니다.
아마 베드로도 그랬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지금보다 배의 수준이나 장비의 수준이 훨씬 떨어졌을테니, 경험과 감각으로 물고기를 잡는 기술이 더 뛰어나지 않았을까 추측이 됩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는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도 못 잡았다고 합니다. 고기잡이의 달인에게 참 창피하고 당황스러운 상황이었을 것입니다.
이 때 예수님께서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려보라 하셨고, 그 결과로 엄청난 양의 물고기를 건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물고기를 건진 게 중요한 일이 아니었죠. 예수님의 부르심을 받고 그분의 제자가 되는 더 큰 일이 벌어졌습니다.
만약 베드로가 자기 실력으로 물고기를 한껏 많이 잡은 날 예수님을 만났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 상황에서 예수님이 어디로 가서 그물을 내려라고 하셨으면, 베드로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을 겁니다. 고기잡는 일과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사람이 어디로 가라 한들, 고기잡이의 달인이 그 말을 들을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그 날은 한 마리도 잡지 못한 힘든 날이었기 때문에, 예수님의 말씀에 따르며 의지하는 마음이 생기게 됐습니다. 베드로가 느낀 실패와 좌절이 예수님을 찾게 되고 그분을 따르게 된 자양분이 된 것입니다.
저도 가만히 생각해보니 소위 말하는 잘 나갈 때, 좋았던 시절에, 내 능력으로 인정받고 칭찬 받을 때는 예수님을 찾지 않았습니다. 그분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지 못했습니다.
반대로 좌절할 때, 어려운 시절에, 내 부족함과 무능함이 극에 달했을 때, 예수님 말씀에 귀 기울고 그것을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고통과 슬픔, 괴로움과 아픔은 우리 삶의 부정적인 것들입니다. 하지만 이것을 하느님을 찾는 시간으로 예수님을 만나는 기회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우리 신앙인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한편 하느님을 생각하라고, 예수님을 찾으라고 우리에게 보내시는 음성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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