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는 회당을 떠나 시몬의 집으로 가셨다. 그때에 시몬의 장모가 심한 열에 시달리고 있어서, 사람들이 그를 위해 예수님께 청하였다. 예수님께서 그 부인에게 가까이 가시어 열을 꾸짖으시니 열이 가셨다. 그러자 부인은 즉시 일어나 그들의 시중을 들었다. 해 질 무렵에 사람들이 갖가지 질병을 앓는 이들을 있는 대로 모두 예수님께 데리고 왔다. 예수님께서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손을 얹으시어 그들을 고쳐 주셨다. 마귀들도 많은 사람에게서 나가며, “당신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하고 소리 질렀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꾸짖으시며 그들이 말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으셨다. 당신이 그리스도임을 그들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날이 새자 예수님께서는 밖으로 나가시어 외딴곳으로 가셨다. 군중은 예수님을 찾아다니다가 그분께서 계시는 곳까지 가서, 자기들을 떠나지 말아 주십사고 붙들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다른 고을에도 전해야 한다. 사실 나는 그 일을 하도록 파견된 것이다.” 그러고 나서 예수님께서는 유다의 여러 회당에서 복음을 선포하셨다. |
본당에서 보좌신부 생활을 할 때, 주임신부님께서 저에게 시키신 일이 있었습니다. 미사를 마치면 얼른 문 밖으로 나가서 신자분들에게 인사를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어릴 때부터 신부님들이 그렇게 하시는 것을 봐 왔기 때문에, 당연히 미사 후에 신자분들께 인사를 드렸죠. 그래서 이 당연한 걸 왜 시키시나 싶었죠. 그런데 주임신부님은 제가 한 미사는 물론, 당신이 하신 미사 때도 나와서 인사를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이게 별 일 아닌 것 같아도 은근히 번거롭더라고요. (다행히 새벽미사까지 나오라고 하시지는 않으셨지만,) 낮미사이든 저녁미사든, 미사가 없어서 방에서 좀 쉬려고 하는데 다시 옷을 갖춰 입고 나가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매일 성당에 있으면서 그게 뭐 그래 힘든 일이냐고 하실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신자들 뵙는데 부스스하게 나갈 수는 없잖아요. 세수하고 머리 정돈하고 옷매무새 가다듬고 가야 합니다.
그런데 제가 감당해야 할 번거로움에 비해 신자분들이 좋아해주시고 반갑게 인사 해 주시는 것을 보는 기쁨은 훨씬 컸습니다. 신자분들은 신부님과 눈을 마주치고 싶어 하신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미사 때는 저 멀리서 다수의 신자로 신부님을 바라보는 것이기 때문에 약간의 거리감이 느껴지죠. 그래서 미사 후에 한 분 한 분, 짧은 인사와 함께 눈을 맞추고 말을 건넬 때 신자분들이 참 좋아하시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본당에 활동을 열심히 하시는 신자분들은 평소에 자주 신부님과 이야기도 하고 접촉을 할 수 있지만, 그 외의 대부분의 신자들은 그럴 기회가 잘 없죠. 그래서 미사 후에 이 시간을 신자분들이 참 좋아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주임 신부님 옆에서 그냥 인사만 하는데도 좋아라 해 주시는 신자분들을 보면서, 내가 느끼는 번거로움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병에 시달리는 사람들과 마귀들린 사람들을 치유하시는 내용이 나옵니다. 예수님의 삶의 가장 대표적인 활동인 치유와 구마를 두루 요약해서 전해주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치유 활동을 표현하기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손을 얹어’ 고쳐주셨다고 합니다. 병자들 다 불러 놓고, 마귀들린 사람들 한데 모아 놓고 요술처럼 사람들을 낫게 해 주는 것은 예수님 방식이 아니었습니다. 예수님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다가가신 분입니다.
예수님의 치유가 다수의 사람들에게 요술을 부리신 것이었다면 우리가 감히 흉내도 내지 못할 겁니다. 하지만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손을 얹어 주신 것은 우리가 따라 할 수 있는 사랑의 행위입니다.
오늘 제가 만나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작은 친절로 예수님을 닮아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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