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에 예수님께서 니코데모에게 말씀하셨다. “하늘에서 내려온 이, 곧 사람의 아들 말고는 하늘로 올라간 이가 없다. 모세가 광야에서 뱀을 들어 올린 것처럼, 사람의 아들도 들어 올려져야 한다. 믿는 사람은 누구나 사람의 아들 안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려는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 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 하느님께서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심판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아들을 통하여 구원을 받게 하시려는 것이다.” |
예전에 KBS 다큐멘터리에서 방영된 서울 신학교 방송에서 나온 장면입니다. 신학교에서 군 입대를 앞둔 신학생들을 위한 송별회를 하고 있었습니다.
입대를 앞둔 신학생 한 명이 나와서, 대표로 군대에 가는 각오를 발표를 하더군요. 이런 내용을 말했습니다. “군대에 가면 욕을 많이 먹겠지만, 예수님이 먹으신 욕보다 더 많이 먹기야 하겠습니까?” 이 때 짖궂은 선배들은 “더 많이 먹는다!” 라고 대답하더군요. (나쁜 사람들…)
그리고 다시 “군대에서 행군을 하면 군장이 많이 무겁겠지만, 예수님이 지신 십자가보다 더 무겁겠습니까?” 이 때 또 선배들은 “더 무겁다!”라고 하더군요. (악당들…)
예수님 생각 하면서 건강하게 군대 잘 다녀오겠다는 말로 발표를 마쳤습니다.
십자가는 원래 사형 도구입니다. 그냥 사형도구가 아니라,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사람을 가장 괴롭고 비참하게 죽이는 방법이 십자가형입니다.
그래서 하나의 사물로서 십자가에 내포되어 있는 의미는 인간 삶의 온갖 비극과 고통 뿐입니다. 죽음, 고통, 불명예, 패배, 절망, 슬픔이 십자가라는 사물 위에 얹혀 있습니다.
예수님은 이 십자가 위에서 당신의 삶을 마치셨습니다. 십자가 위에 얹혀진 의미대로, 예수님도 십자가 위에서 죽음, 고통, 패배, 슬픔을 고스란히 감당하셨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부활하셨습니다. 죽음을 생명으로, 고통을 행복으로, 패배를 승리로, 불명예를 영광으로, 절망을 희망으로, 슬픔을 기쁨으로 바꾸셨습니다.
예수님은 부활을 통해 하느님을 믿는 사람에게는 죽음이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 생명으로 건너 가는 것임을 보여주셨습니다. 고통이 고통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보람과 기쁨으로 변화되는 것임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을 믿는 우리는 십자가를 바라보며 비극과 고통을 떠올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비극을 극복하고 고통을 견뎌내는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다큐멘터리에 나왔던 저 신학생도 정말 무거운 군장을 메고 행군을 했을 겁니다만, 예수님의 십자가를 생각하면서 잘 이겨냈을 겁니다.
내 삶의 공간에서 십자가를 자주 봅니다. 성당에도, 내 방 벽에도, 성화에도, 묵주에도, 차 안에도 있습니다. 오늘은 십자가를 좀 눈여겨보며, 그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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