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이렇게 탄생하셨다. 그분의 어머니 마리아가 요셉과 약혼하였는데, 그들이 같이 살기 전에 마리아가 성령으로 말미암아 잉태한 사실이 드러났다. 마리아의 남편 요셉은 의로운 사람이었고 또 마리아의 일을 세상에 드러내고 싶지 않았으므로, 남모르게 마리아와 파혼하기로 작정하였다. 요셉이 그렇게 하기로 생각을 굳혔을 때, 꿈에 주님의 천사가 나타나 말하였다. “다윗의 자손 요셉아, 두려워하지 말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여라. 그 몸에 잉태된 아기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마리아가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예수라고 하여라. 그분께서 당신 백성을 죄에서 구원하실 것이다.” 주님께서 예언자를 통하여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려고 이 모든 일이 일어났다. 곧 “보아라, 동정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고 하리라.” 하신 말씀이다. 임마누엘은 번역하면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뜻이다. |
가끔 저의 유년 시절 사진을 볼 때가 있습니다. 아기였을 때, 유치원 다닐 때, 초등학교 다닐 때 사진이죠.
예전에 이 사진을 볼 때는 제 얼굴이 먼저 보였습니다. 내가 어렸을 때 이랬구나, 이런 일들이 있었구나 하며 보게 되죠.
그런데 나이가 좀 더 들고나니, 이제는 저보다 제 어머니의 모습이 더 눈에 들어옵니다. 사진을 보는 지금의 나와 비슷한 나이, 혹은 나보다 더 어린 나이의 어머니 모습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묘합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그치는 생각이 아니라 어머니의 삶에 대한 전반적인 묵상을 하게 됩니다.
나의 어머니가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 이 여인은 이 때 무슨 마음으로 사셨을까, 지금으로 보면 아직 어린 나이인데 그 당시 고달픈 삶들을 어떻게 감당하고 사셨을까, 그 와중에 무엇이 그녀의 보람이고 즐거움이었을까? 하고 한참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어머니에 대한 연민, 공감, 그리고 그렇게 살아오신 삶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올라오게 마련입니다. 마음 한켠이 먹먹해지기도 하고요.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삶은 많은 분들의 희생과 수고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며, 그것의 가장 큰 몫은 어머니였음을 깨닫게 됩니다.
오늘은 성모님의 탄생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우리 신앙은 예수님께 초점이 맞춰져있기 때문에, 기록되어있는 내용 또한 예수님께 집중되어 있죠. 그래서 성모님의 삶에 대한 내용은 부분적으로만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교회 공동체는 전통적으로 성모님을 공경해 왔으므로, 그분의 삶의 시작과 마침에 대해서도 의미를 부여하고 특별한 날로 보내고 있습니다.
사진을 보며 어머니에 대한 생각에 잠기듯이, 오늘 복음을 읽으며 성모님의 삶에 대한 생각에 머물러봅니다. 그분의 삶도 여느 어머니와 같이 고달프고 쉽지 않은 시간의 연속이었습니다.
성모님이 혼인 전에 잉태한 사실이 드러났고, 요셉이 파혼을 결심했지만 천사가 꿈에서 하느님의 뜻을 알려주었다는 것이 오늘 복음 내용입니다. 아주 간략한 사실들만 건조하게 나열하고 있지만, 그 행간에 숨어있는 성모님의 마음 속에는 두려움과 막막함이 가득했을 것입니다. 천사가 알려줬다는 그 말 한마디에 자기 인생 전부를 걸어야 하는 아슬아슬하기 그지 없는 순간입니다.
성모님이 이 모든 것을 이해하시고 받아들이실 수 있었던 힘이 무엇이었을까? 바로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말씀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천사가 알려준 아기의 이름에서 하느님이 함께 계심을 알고 그것을 믿었기 때문에, 두려움을 이기고 막막함을 떨치셨을겁니다. 그렇게 해서 하느님의 뜻이 성모님을 통해 이루어졌으리라 생각합니다.
성모님을 우리의 어머니로 공경하는 마음으로 성모님의 마음에 함께 해 봅니다. 하느님께서 나와 함께 계심을 믿고 오늘 하루를 살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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