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묵상 - 2020.11.14 가해 연중 제32주간 토요일 (루카 18,1-8)
배추와 무가 제철입니다. 지금 수확한 배추와 무는 생으로 먹어도 단맛이 나는 듯합니다. 양념으로 살짝 무치기만 해도 배추와 무 자체가 맛이 있으니 그 반찬의 맛 또한 기가 막힙니다.
음식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이유가 다 있더라구요. 이맘 때 쯤 되면 바깥의 밤 기온이 영하로 내려갑니다. 그러면 배추와 무가 수분 때문에 얼어 죽을 수도 있죠. 그래서 얼지 않으려고 스스로 자기 안에 있는 수분을 배출해낸다고 합니다. 그리고 수분을 배출한 대신 당분이 포함된 어는 점을 낮춘 수액을 만들어 낸다고 합니다. 이렇게 해서 영하의 기온을 버틴다고 합니다.
그래서 너무 추워지기 전, 딱 이 시기에 수확한 배추가 다른 때보다 당도가 높고 맛이 좋다고 합니다. 배추와 무 입장에서는 살아남으려고 애쓰는 현상이 우리 사람에게는 맛있는 식재료가 되어 밥상에 오르니, 하느님의 창조 섭리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낙심하지 말고 끊임없이 기도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이 어려움 앞에서 하느님을 믿는 우리들은 ‘기도'를 통해 이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게 해 주십사 기도합니다. 고통과 시련이 기도의 시작이 되어, 이를 통해서 하느님께 가까이 다가서게 됩니다.
그러면 평소와는 다르게 하느님의 뜻을 좀 더 잘 알 수 있게 되고, 그에 따라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지를 알아차리게 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 인격은 성장하고 우리 삶은 좀 더 가치를 갖게 됩니다.
추운 날씨라는 시련이 배추와 무의 단맛을 높이는 것처럼, 우리도 시련과 어려움을 통해 하느님을 다시 찾게 되며, 그런 나 자신은 더 성숙하고 단단해지게 되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어려움 안에서 하느님을 자동으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기도를 통해야지 하느님을 찾게 됩니다. 기도를 하지 않는 사람은 같은 어려움 앞에서 절망하고 포기하고 원망합니다. 자기 스스로 극복하고 일어설 수도 있습니다만, 하느님을 받침대로 삼고 일어서는 것과는 차이가 분명히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 말씀처럼 낙심하지 말고 기도해야 합니다. 낙심해서 기도가 멈추면 하느님을 찾는 것이 그리고 내가 성장하는 것이 함께 멈추는 것입니다.
추위를 이겨내 제 맛을 내는 배추와 무를 먹으면서, 나도 시련과 어려움 안에서도 기도를 통해 저의 본래의 좋은 모습을 다시 찾아나가기를 생각해 봐야 하겠습니다.